버거 키친으로 함께 떠나요🍔 버거를 만드는 데 이렇게까지 : 버거 키친 탐험
➡ 버거 키친에는 뜨거운 철판과 기름이 있다. 조심 또 조심.
버거를 어떻게 만들면 좋을까 "아침에는 빵 냄새가 엄청 나요." 여의도 더현대 5층에 있는 번패티번에서 버거가 만들어지는 걸 구경하며 들은 이야기다. 번패티번은 외식업 경력 30년 차 업체의 고민 끝에 나온 가설과 결론인데, 가설이 좀 신기하다. ‘버거 맛의 차이는 번(빵)에서 온다' 번패티번의 모든 매장에 본격 빵 굽는 오븐이 들어선 사연이다. 그 오븐으로 아침마다 번을 굽는다. 유기농 밀가루에 뉴질랜드산 버터를 넣은 브리오슈 번이다. 이날 취재를 도와준 번패티번 R&D 담당자는 빵을 만드는 방법을 비롯해 버거 제작의 전 과정에 대해 친절하고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버거 제작의 디테일은 이렇게까지 하는 건가 싶을 만큼 세밀했다. 빵을 발효하는 시간, 고기를 굽는 정도, 모두 상세히 표준화되어 있었다. 매뉴얼이 촘촘한 만큼 조리 현장에서는 그대로 하면 된다. 빵 이야기를 들었으니 빵 맛이 궁금해질 수밖에 없었다. 입을 크게 벌리고 버거를 한 입 먹었다. 확실히 달랐다. 버터 함량이 높고 반죽을 적절히 발효해 한결 빵이 부드러웠다. 빵을 베어 물기 위해 입에 힘을 줄 필요가 없으니 번 사이의 다른 재료들도 쉽게 먹을 수 있었다. 빵과 패티가 모두 각자의 맛을 드러내도 빵 맛이 너무 도드라지거나 패티 맛이 너무 튀어오르지 않았다. "패티와 번의 질감을 고려했다"는 R&D 담당자의 말을, 먹어 보니 이해했다. 지금 배부르게 먹는데 집에 가면 또 생각날 듯한 음식이 있다. 번패티번 버거는 그런 맛이었다. ![]() ![]() 맛 생산의 노하우 앞서 말했듯 번패티번 버거의 모든 규칙이 매뉴얼로 정해져 있다. 빵이 나오는 시간은 점심시간 기준 하루 세 번. 번 발효실 온도는 38도씨, 습도는 40퍼센트, 발효 시간은 계절에 따라 50분에서 1시간 반, 패티를 굽는 시간은 각 면 1분씩, 소금과 후추를 뿌리는 타이밍도 정해져 있다. 이 규칙을 지키면 집에 가서 또 먹고 싶은 번패티번의 버거가 나온다. 번패티번의 모회사는 요식업 경력이 길다. 이들은 여러 가지 요리를 다루는 식당을 운영하며 다양한 조리 경험을 쌓았다. 번패티번은 이들의 모회사가 쌓아온 노하우를 버거 제조에 압축했다고 볼 수도 있다. 버거 식당에 빵 오븐을 둔다는 결정은 운영 노하우에서 온 자신감 아니었을까. ![]() ![]() ![]() ![]() 소비와 생산은 완전히 다르다. 음식이든 글이든 먹고(읽고) 한마디씩 하기는 쉬우나 실제로 만들어 시장에 내놓으면 게임이 근본부터 변한다. 완성도와 가격과 개성과 보편성 사이 어딘가에 숨어 있는, 손님의 마음의 열리는 마법의 버튼을 찾아 눌러야 한다. 번패티번의 해답은 정공법 같은 역발상이다. '버거의 맛을 빵으로 차별화시킨다'는 역발상이지만 '차별화를 위해 번을 매장에서 굽는다'는 음식 맛을 위한 정공법적 발상이다. 나도 평가받는 게 직업의 일부라 번패티번의 고민과 솔루션이 남 일 같지 않았으나 식당 현장에선 입을 크게 벌리고 버거의 맛에 집중했다. 그만큼 맛있는 버거였다. 버거는 이렇게 만들면 됩니다 대치동 학원가 근처의 파이어벨 버거는 번패티번처럼 인상적이되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조금 달랐다. 번패티번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구나' 싶은 곳이었다면 파이어벨은 '이렇게 하면 되는구나' 싶은 기분이었다. 맛도 분위기도 다 좋았는데 왠지 감상이 조금 달라진 이유가 무엇일지 생각해 보았다. 버거를 만드는 순서 자체는 파이어벨과 번패티번을 비롯해 전 세계의 거의 모든 버거집이 비슷할 것이다. 일단 번을 반 갈라 굽는다. 버거를 굽는 열원은 보통 책상만큼 큰 철판이기 때문에 옆에 남는 공간이 많다. 그 옆에서 패티를 굽기 시작한다. 패티는 공 모양으로 미리 뭉쳐져 있다. 패티를 평평하게 눌러주고 소금과 후추를 뿌린다. 버거에 따라 한켠에서 베이컨을 굽기도 하고 패티의 양쪽 면이 다 익으면 치즈를 잠깐 얹어서 녹이기도 한다. 그동안 한쪽 면이 따뜻해진 번을 팬에서 빼서 대기시키고, 치즈가 적당히 녹은 패티가 다 구워지면 모든 재료를 포개서 손님에게 낸다. 이렇게 버거 하나가 만들어지는 시간은 파이어벨 기준 5분, 번패티번 기준 6분이었으니 버거 하나의 제작 시간 역시 비슷하다. 주문이 몰리는 실제 식사 시간에는 대기 등의 이유로 약 10분쯤 잡아야 한다는 사실도 같다. 그리하여 다 만들어진 버거의 맛은 어떨까. 파이어벨의 대표 버거인 레오 버거를 먹어 보았다. 역시 무엇 하나 신경 쓰지 않은 곳이 없는 맛이다. 레오 버거는 번 사이에 패티, 치즈, 토마토, 로메인, 베이컨, 자체 제작 소스가 들어 있는 버거다. 함께 간 요기요 매니저는 '햄버거를 그려 보라면 이렇게 생긴 걸 그릴 듯하다'고 묘사했고, 실제로 그렇게 생겼고, 맛도 그랬다. 필수 영양소를 빵 사이에 두루 넣은 균형감이 돋보였다. 이런 버거집이 동네에 있어서 두 번 가 봤는데 두 번 다 같은 맛이 난다면 신뢰가 생겨서 종종 갈 것 같았다. 파이어벨 버거의 맛을 위한 노력에도 세심한 디테일이 있다. 패티에 들어가는 소고기는 지방과 살코기와 육즙의 비율을 고려해 목심과 전각과 양지를 섞어 쓴다(비율은 비밀). 번패티번처럼 번을 직접 굽지는 않아도 대기업의 번이 아닌 전문 빵집에서 맞춤 제작한 번을 들여온다(어디서 빵을 주문하는지 여쭙자 조금의 망설임 끝에 '감성빵집'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비밀이었는지 빵집 이름이 너무 감성적이어서였는지는 모르겠다). 이런 디테일이 모여 동네 사람들이 찾는 햄버거집이 된다. 브랜딩의 목소리 vs 시장의 메아리 가게 이름은 왜 파이어벨일까? 이름을 둘러싼 사연에 외식업을 비롯한 모든 사업자의 고충이 있다. 파이어벨 버거인 이유는 이들의 주력 메뉴가 매운 버거였기 때문이었다. '매우니까 파이어 벨을 눌러라'라는 뜻으로 버거집 이름을 짓고, 처음 밀었던 메뉴도 '콜 911' 버거였고, 가게 곳곳의 소방 관련 인테리어 상품도 이런 이유로 뒀다. 그런데 예상 못한 일이 일어났다. 매운 버거 전문으로 자리 잡으려 했는데 실제로는 기본에 충실한 레오 버거와 치즈버거가 인기를 끈 것이었다. 내가 하려던 것과 시장의 대답이 다른 이 상황에서 파이어벨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 주축 메뉴를 내렸다. 그 결과 지금 파이어벨 메뉴의 최상단에 있는 건 레오 버거고 콜 911 버거는 한 층 아래에 있다. 브랜딩도 캐릭터도 시장의 메아리 위에 설 수는 없다. ![]() ![]() "저는 그래도 버거는 간단한 요리라고 생각해요." 버거를 만드는 데 변수가 많냐고 물었더니 파이어벨 박형철 실장님의 대답은 간단했다. 정해진 매뉴얼대로 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면 그 간단한 조리법으로 뛰어들면 되는 버거집 중 이곳만 이렇게 잘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초심을 잘 지키려고 했죠. 기본에 충실하고, 버거를 예쁘게 만들고." 버거를 '예쁘게' 만든다는 표현이 신선해서 생각해보니 상대적으로 저렴한 버거들의 예쁘지 않은 모습들이 기억났다. 돌덩이만 한 양배추 덩어리가 껴 있다거나, 소스가 한쪽으로 쏠려서 손의 반쯤이 소스로 가득 젖는다거나. 기본에 충실한 건 결코 쉽지 않다. 촬영이 끝나고 시식을 위해 사진가와 매니저와 버거를 먹으며 감상을 나누던 중이었다. 그동안 박형철 실장은 소스 통을 다 들고 가서 카운터로 아르바이트생들을 모았다. 쉬는 시간에 소스 통 주둥이에 묻은 소스를 닦아주라는 말과 함께 스리라차 소스 통에 묻었던 소스를 닦았다. 그 모습을 보자 나는 이 가게가 왜 잘 되었는지 알 것 같았다. 버거는 간단할지 몰라도 노력은 간단치 않다. 이들은 늘 매장 곳곳에 관심을 기울이고, 자신이 정한 원칙을 계속 지키고, 버거 맛에 최선을 다했을 것이었다. 그나저나 콜 911 버거가 조금 맵긴 했다. ![]() ![]() ![]() ![]() 에디터 박찬용 @parcchanyong 분석적이면서도 읽는 맛이 살아있는 글을 쓰는 잡지 에디터. 《에스콰이어》 등에서 일하며 라이프스타일 업계를 취재하고 페이지 만드는 일을 해 왔다. 에디터 업무 내내 식당 취재가 업무의 일부였다. 《첫 집 연대기》 등 책을 4권 냈다. 지금은 각종 매체에 칼럼을 쓰며 《요즘 브랜드 2》를 준비하고 있다. 🍔요기레터 퀴즈🍔 번패티번의 빵은 유기농 밀가루에 뉴질랜드산 버터를 넣은 □□□□ 번이다. 빈 칸에 들어갈 네 글자를 답장으로 보내주세요. 선착순 200분께 5천원 할인 쿠폰 코드를 보내드려요. *요기레터 구독자가 아닌 분들은 코드 발송에서 제외됩니다. *쿠폰 코드는 순차적으로 발송됩니다. 💁 담당자의 맛집 탐험: 프랭크 버거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 주인공보다 조연에 마음이 가는 분이 계신지? 그게 바로 나다. 그래서인지 버거집의 주인공 격인 버거도 좋지만 사이드 메뉴들도 못지않게 좋아한다.
담당자 맛집 탐험을 핑계 삼아 프랭크 버거에서 사이드 메뉴를 마음껏 시켜보았다. 짭짤한 버팔로 치킨, 닭가슴살을 통째로 저며 튀긴 통가슴살 후라이드, 그리고 알싸한 매콤함으로 튀김의 느끼함을 잡아줄 스파이시 텐더까지. 물론 밀크쉐이크는 선택이 아닌 필수. 시원하고 달달한 밀크쉐이크와 짭짤한 사이드 메뉴의 궁합에 감탄하며 이마를 쳤더니 거북목이 완치됐을 정도. 후회 없었던 오늘의 단짠 조합은 앞으로도 종종 생각날 것 같다. 스트레스 잔뜩 받는 날 도전해보길 추천. 이번 탐험 담당자 - 먹잘알 종달새🐥 콘텐츠 마케팅팀에서 Z세대 감성을 맡고있는 2000년생 인턴. 먹잘알답게 아이폰 인물 사진으로 인물보다 음식 사진을 더 많이 찍는다. 요기요 I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대로 38길 12 마제스타시티 타워2, 16층 I 수신거부 Unsubscribe YOGIYO Content Marketing Team 크렘별일내⭐, 배고프지망고🥭, 3layer🥓, 붕어먹다붕어빵🐟, 아리아나 벤티☕, 먹잘알 종달새🐥 Project Director Yeunkyung Won I Project Manager Sora Kim |
요기요의 푸드탐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