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맞이 부산 특집 1탄🌊
덕화명란 포장팀 구 여사님
"아 키울라고 시작했재." 부산 덕화명란 공장 포장 코너에 비스듬히 서 있던 구 여사님은 말씨가 고왔으나 문장은 짧았다. 그는 덕화명란에서 일하는 50여 명의 '여사님' 중 가장 오래 근속하신 근로자 중 한 분이다. 그는 '아 키울라고', 즉 자식 키우는 비용에 보태려 일을 찾았다. 그는 한 번도 해본 적 없던 식품공장 생산직 일을 하게 되었다. 20년 전이다.
20년 전의 명란 산업은 지금과 달랐다. 거의 대부분의 명란젓이 대야 속에서 새빨갛게 양념되어 있었고, 사람들은 그냥 그걸 밥에 얹어 먹었다. 덕화명란은 그때 명란을 수출했다. 구 여사님이 입사할 때쯤인 2001년 덕화명란은 이미 3백만불 수출탑을, 그 다음 해인 2002년에는 5백만불 수출탑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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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의 캐비어가 태어나는 곳
일시 ㅣ 안개비가 내리던 6월의 아침
장소 ㅣ 부산 서구 덕화푸드 명란 공장
탐험 난이도 ㅣ 4.0/5.0 ➡ 탐험 시작 이래 가장 먼 거리
획득 물품 ㅣ 덕화명란 대표 제품 3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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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여사님은 키가 크다는 이유로 포장팀 일을 맡았다. 포장 팀 일은 육체적으로 조금 더 고되고 긴장도도 더 높다. 포장재인 얼음을 만지다 보면 손끝에 늘 동상이 걸린다. 아울러 식품의 가장 중요한 정보 중 하나인 유통기한을 구 여사님의 포장팀에서 찍는다. 구 여사님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밤마다 기도를 한다고 했다. 여사님의 기도 덕인지 덕화명란은 내내 번창했다.
구 여사님이 입사한 지 5년쯤 되던 해인 2006년 선대 회장 장석준의 아들 장종수가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부산으로 왔다. 장종수는 경제학을 전공해 석사까지 받고 연구자가 되려 한 학구파다. 그는 그때쯤 처음으로 아버지가 "내려와서 이 (명란)일을 받으라."라고 했고, 그 말씀이 싫지 않았다고 했다. 1대 창업주는 현장 경험이 풍부한 한국 최초의 수산 명장, 2대 사장은 텍스트에 익숙한 학구파. 일본의 대형 판로를 확보해 매출도 안정적이었다. 풍어기 같은 날들이었다.
풍랑이 바다의 일부이듯 위기도 인생과 사업의 일부다. 덕화명란에게도 위기가 찾아와 매출이 급감했다. 그 과정에서 공장도 도심과 떨어진 바닷가로 옮겼다. 다대포 근처에 사는데 공장이 집 근처라 덕화명란에 취업한 구 여사님께도 예상 밖의 일이 생긴 셈이었다. 덕화명란은 여사님의 노고를 잊지 않는다. 여사님들은 셔틀버스를 타고 출근한다. 버스는 아침 7시에 출발한다. 구 여사님은 늘 그 안에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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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방 같은 공장
이런 이야기를 듣기 전 우리는 덕화명란 공장을 안내받았다. 공장 구조는 HACCP 인증을 받은 만큼 지금까지 다녀온 공장 구조와 큰 차이가 없었다. 출입자 소독 시설을 거치고 나면 공장이다. 냉동 명란 원물을 받고, 그걸 해동시킨다. 해동시킨 명란을 별도 설비에 숙성시키고, 여사님들께서 숙성된 명란을 작업한다. 작업이 끝난 명란은 포장과 이물질 검사를 거쳐 출고된다.
같은 구조의 공장이라 해도 식품의 특성에 따라 디테일은 모두 다르다. 덕화명란 공장 역시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그 차이는 인간 친화성이다. 명란 작업은 기계가 할 수 있는 부분을 빼면 모두 인간이 해야 한다. 기계가 할 수 있는 부분은 생각보다 적다. 덕화명란의 생산 여건 상 기계화 투자에 한계가 있을 수도 있으나 실제로 가서 보니 명란 작업을 기계로 한다 해도 효율적인가 싶었다. 명란은 너무 섬세하고 변수도 매번 다르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가보니 여기는 명란 공장이라기보다는 가공 전문가들이 모인 대형 명란 공방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았다.
실제로 여사님들은 공장 곳곳에서 본인들의 직무를 수행하고 계셨다. '예쁜 명란끼리 모아서 100g을 맞춘다' '덕화명란의 최고급 선물세트에만 들어갈 명란을 모은다' 같은 건 숙련된 여사님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어떤 분은 명란 3개를 모아 100g을 맞췄다. 어떤 분은 2인 1조로 붓을 들고 명란에 양념을 발랐다. 우리가 찾은 오후에는 이런 분류 작업을 하고, 오전에는 분류된 명란을 회전초밥 레일 같은 레일 위에 올려 포장과 출고 작업을 한다고 했다. 회전초밥 레일 모양의 레일도 덕화명란이 직접 개발한 생산 라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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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일은 쉽지 않다. 명란은 생물이다. 예민하다. 공장 내부 온도가 늘 15~18도로 유지되어야 한다. 초가을 정도의 기온이니 여사님들은 한여름에도 내의를 입는다. 수산물 제조 공장이니 계속 씻느라 바닥이 늘 젖어 있다. 그래서 여사님들은 무거운 고무 장갑과 고무 앞치마를 착용한다. 우리가 마트에서 편하게 집는 명란 세 토막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한여름에도 내의를 입고 하루 종일 고무 앞치마를 한 채 명란을 다듬고 선별하는 여사님들의 노고가 있다. 구 여사님을 비롯한 여사님들의 손에서 지금 덕화명란이 만들어진다. 오래 일하신 여사님들의 손이 새로 일하시는 여사님들의 손을 가르친다. 명란 선별 작업은 순식간에 크기와 생김새를 판단해야 하는 일이다. 여사님들은 그 일을 동료들끼리 자율적으로, 즉 "머라 머라 캐가면서" 서로에게 가르친다. 세상에는 그렇게만 이어지는 지식이 분명 있다. 그 손들이 지금 덕화명란의 맛을 만들었다. 구 여사님 역시 그 손으로 아들을 다 키웠다. 여사님께서 입사하실 때 중학생이었던 아드님이 이제 결혼을 했다고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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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계 신혜성의 위기탈출 넘버원 구 여사님의 아들이 크는 동안 덕화명란의 아들도 성장했다. 사실 장종수 대표가 덕화명란을 이어받고 얼마 되지 않아 회사의 위기가 찾아왔다. 가장 큰 고객이자 주 비즈니스모델이었던 일본과의 계약이 2013년 끝나버렸다. 선친 장석준 회장은 몇 년 후인 2018년 작고했다. 장 회장은 부산 신문에 별도의 부고가 실릴 정도의 명사였다. 2대 장종수 회장은 선친의 뜻을 이어 회사와 제품력과 여사님들의 일자리를 지켜야 했다. 장종수 대표를 실제로 보면 하얀 얼굴에 마른 체구에 볼이 홀쭉해서 약간 신화의 신혜성같은 느낌이 있다. 명란을 두고 “동아시아의 캐비어라고도 하죠.”라고 표현하는 등 비유도 세련되었다. 다만 바닷가의 학구파 신혜성 대표님이 과연 터프한 명란 세계에서 자기 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그러나 장 대표는 성공했다. 매출은 반등했고 덕화명란은 부산을 대표하는 로컬 푸드 중 하나가 되었다.
공장과 본사에서 낼 수 있는 답은 역시 맛이다. 덕화명란의 맛 자부심은 본사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었다. 무뚝뚝한 여사님들에게도, 우리를 안내해 준 등단 작가 출신 마케터도, 사근사근한 학구파 장종수 대표도, 모두 맛에 자신감을 보였다. 먹어보니 그 자신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덕화명란을 먹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이들의 명란은 다르다. 구구절절 적자니 너무 아부 같아서 적지 않으나 나는 직원 판매용 덕화명란을 사오지 못한 걸 아직도 종종 아쉬워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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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의 자신감에는 근거도 있었다. 덕화명란은 상급 재료를 고른다. 일본인들과 경쟁해 가장 좋은 명란을 가장 비싼 가격에 구입해온다. 선대 장석준 회장이 일본에서 전수받고 한국인 입맛에 맞게 개량한 '카라시 멘타이코' 숙성 비법을 쓴다. 저염 명란과 한국형 양념 명란 등 한국 시장 지향형 상품도 출시한다. 최근에는 사료를 참고해 개발한 신제품 '조선명란'도 출시했다. 덕화명란의 연구는 인스타 카페 인테리어처럼 얄팍하지 않다. 장종수 대표는 약 10년 전부터 본사에 연구소를 두고 명란을 연구한다. 덕화푸드 정도의 매출 규모 회사에서는 드문 일이다. 명란계의 신혜성 장종수 대표는 그럴 만한 저력이 보였다. 그와 인터뷰를 진행한 사장실에는 그냥 사둔 책이 아닌 실제로 읽고 있는 책들이 가득했다(나도 읽는 게 직업이니 그 정도는 알 수 있다). 화이트보드에도 사업 관련 수치들이 복잡하게 적혀 있었다. 업체들은 보통 그런 수치들이 사진에 나오는 걸 경계한다. 이번 촬영에 함께한 사진가도 그걸 알고 화이트보드를 찍어도 되는지 물었다. 장종수는 상냥하게 대답했다. “찍으셔도 괜찮아요. 어차피 봐도 모르실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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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의 본질 "부산은 수산도시입니다." 덕화명란 CBO 김만석 이사가 지나가듯 말했다. 덕화명란은 별도의 브랜딩 이사를 둘 만큼 브랜딩 활동에도 적극적이며, 덕화명란의 브랜딩 역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브랜드는 아무리 좋게 말해도 상징이다. 상징은 아무리 중요해도 상징 이상이 되지 못한다. 브랜드, 명장, 로컬, 이런 말들은 어찌 보면 간판일 뿐이다. 그 간판 아래 있는 물건의 세부적인 품질이 중요하다. 덕화명란에는 품질이 있었다. 최상급 원재료가 있었다. 최적화된 생산설비와 다듬어진 조리법이 있었다. 그리고 그에 맞춰 오늘도 열심히 일하시는 여사님들의 손이 있다. 브랜딩이 품질의 상징이라면 가장 확실한 브랜딩은 결국 높은 품질이다. 덕화명란 공장은 그 면에서 브랜딩의 산실이고, 이 브랜드의 핵심은 결국 손에서 나온다. 우리가 잠든 오전 7시에 종종걸음으로 나와 셔틀버스를 타고 바닷가 바로 앞 암남동으로 향하시는 여사님들의 손으로부터. 20년간 포장을 해오신 구 여사님의 손으로부터. 구 여사님은 내년이 정년이라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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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 에디터. 《에스콰이어》등에서 일하며 라이프스타일 업계를 취재해 페이지를 만들었다. 5번째 책 《요즘 브랜드 2》를 만드는 중이다. 매체 연재 틈틈이 ‘앤초비 북 클럽’ 뉴스레터를 보낸다. 이번 원고는 빌리 조엘의 '앨런타운'을 들으며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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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에서 진가를 보이는 사진가. 매번 화제인 《신세계 빌리브》 사진의 주인공이다. 어느 환경에서도 본인만의 에너지와 색을 낸다. 매번 치킨집만 모시는 게 마음에 걸려 공장에 모셔 보았다. 촬영 중간중간의 입담도 촬영 실력만큼 수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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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로 베지테리언의 삶을 살고 있어요. 육류를 소화할 수 있는 효소가 없다나 뭐라나.” 수화 아티스트 지후트리는 고기를 너무 좋아하지만 건강의 이유로 고기를 먹지 못한다. 그래서 그는 고기만큼 맛있는 채식 맛집을 눈에 불을 켜고 다닌다. 많고 많은 샐러드 전문점 중에서도 지후트리가 ‘최애 맛집'으로 꼽은 집은 한남동의 샐러드샐러다.
“고기를 향한 갈증을 해소하려면 이색적인 채소가 필요해요.” 지후트리는 인간의 피를 마시지 않겠다는 뱀파이어처럼 진지한 표정으로 메뉴를 골랐다. “저는 아보카도 샐러드와 케일 코코 주스를 꼭 세트로 시킵니다. 다 먹었을 때 기분 좋은 포만감이 있어요. 무엇보다 맛있고요. 매장에서 ‘혼밥’하기도 좋아요.” 샐러드샐러 사장님께 부탁하고 싶은 신청곡도 물어봤다. “새소년의 ‘난춘’. “오늘을 살아내고 우리 내일로 가자”라는 가사가 여러분을 토닥여줄 거예요."
샐러드샐러 서울 용산구 대사관로5길 28 수화 아티스트 지후트리 @ghootree331
글ㅣ 주현욱 에디터 @hyeonuk_joo 이 날씨에도 점심시간에 운동을 한다.
사진ㅣ 조서형 에디터 @veenu.82 지난 주말에는 내장산에서 멋지게 요양을 취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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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주년 기념 무물 이벤트 🎁
요기레터가 드디어 1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첫 메일로 도미노 피자편을 보내드렸던 것이 바로 엊그제 같은데, 벌써 스물 다섯 번째 메일을 보내드리게 되었네요. 구독자분들께서 요기레터를 사랑해주신 덕분입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쭉 재미있는 탐험기 보내드릴 수 있도록 요기레터팀 모두 더욱 열심히 뛰겠습니다🚗🚎🛫
1주년을 기념해 무물(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이벤트를 준비했습니다.
평소 요기레터에 궁금한 내용이 있었다면 이 메일의 답장으로 무엇이든 물어봐 주세요.
추첨을 통해 20분께 요기요 2만원 쿠폰을 보내드립니다.
※기간: 7/6(수)-7/13(수)
※발표: 7/15(금) *당첨자 메일을 통한 개별 발표
※7/6(수) 오전 8시 기준 요기레터를 구독하고 계신 분에 한해 이벤트 참여가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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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아이스크림편 피드백을 통해 들어온 질문
Q. 저 많은 아이스크림들은 촬영과 취재가 끝난 후에 다 드신건가요..? (단순 궁금증)
A. 맛을 알기 위해 다 드셨다고 합니다. 하루에 다 먹은 것은 아니고 며칠 나누어 드셨다고 해요.
Q. 아이스크림이 어떻게 조명에도 안 녹았는지 너무 궁금해요ㅠ_ㅠ
A. 일단 사진가님께서 열이 덜 나는 조명을 준비해 주셨어요. 그리고 찍기 직전 아이스박스에서 꺼내 재빨리 촬영을 진행했답니다.
Q. 요기레터가 정말 좋아요! 구독자들을 대상으로 취재를 함께 하는 체험단을 뽑으실 생각은 없나요?
A. 즐겁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구독자님들과 함께 탐험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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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기레터는 항상 구독자분들의 의견을 기다립니다 👉피드백 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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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특집은 다음 호까지 이어집니다🌊 7월 20일 수요일에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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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기요 I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대로 38길 12
YOGIYO Content Marketing Team I Project Director Joonseok Ko I Project Manager Sora Ki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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