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를 이어가는 부산 손만둣집 이야기🥟 🌊 상해만두, 임시완을 배출한 동네의 자랑
7월 부산은 도시 전체가 가습기를 틀어둔 방 같았다. 실외 세 걸음만 걸어도 미스트 같은 땀이 올라왔다. 그 땀을 느끼며 우리는 작은 식당으로 걸어들어갔다. 엄궁동에 있는 상해만두다. 엄궁동은 아파트가 많은 동네 중 하나라 바깥사람들이 별로 올 이유가 없다. 엄궁동이 낳은 대표 인물이 배우 임시완인데, 이 정도가 엄궁동에 대한 설명의 거의 전부다. 임시완과 더불어 엄궁동을 대표하는 게 하나 더 있다면 상해만두다. |
만두의 도시
일시 ㅣ 7월의 이른 아침
장소 ㅣ 부산 사상구 상해만두, 부산진구 양가손만두
탐험 난이도 ㅣ 3.9/5.0 ➡ 더웠지만 만두 빚어지는 모습에 시간가는 줄 몰랐다
획득 물품 ㅣ 만두 4판 |
상해만두는 1998년부터 엄궁동에 자리 잡은 중국요리집이다. 식사와 요리 메뉴도 있으나 간판에도 만두가 들어가니 만두가 주력이다. 지금 가게를 운영하는 유가창 사장의 아버지가 엄궁동에 자리를 잡았다. 1985년생 유가창 사장님은 대학을 졸업하고 보통 직장인으로 일하다가 어느날 일은 많아도 성과가 나에게 돌아오지 않는 회사의 숙명에 한계를 느꼈다. 그는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가게로 돌아오는 결정을 내렸다. 상해만두는 그렇게 2대째 하는 중국집이 되었다.
아들 사장님이 설명하는 동안 아버지 사장님은 아무 말 없이 만두를 만들고 있었다. 만두 만들기는 아침 7시에 만두속을 만들며 시작한다. 8시부터는 밀가루로 반죽을 만든다. 반죽을 30분간 만들고 30분 숙성시키고 10시부터 반죽을 펴기 시작한다. '반죽을 편다'라는 건 원통형의 반죽을 자르고 얇게 펴서 만두피로 만드는 과정이다. 우리가 찾았을 때 그 반죽 펴기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긴 소시지 모양 원통형 반죽을 두께 1cm 정도로 일일이 자른다. 잘린 반죽을 파스타 머신 같은 기계에 넣으면 얇은 만두피가 된다. 만두피를 납품받으셔도 수제 만두가 아니냐고 물었더니 "해오던 거라 그런 생각은 안 해봤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 동안 무술 영화에 나오는 '늘 취해 있으나 대단한 무공을 가진 주인공의 동네 어른'같은 느낌의 아저씨가 들어왔다. |
만두와 삶
"중국 사람들은 설날에 만두를 먹기 때문에 화교들은 만두를 다 쌀 줄 알아요. 저 아저씨는 문 열기 전에 만두만 싸고 가세요." 유가창 사장님은 만두를 '빚는다'대신 '싼다'는 말로 표현하며 만두 빚는 아저씨를 가리켰다. 즉 그는 말하자면 단기 만두 전문가였다. 어딘가 취해 있는 듯한 만두 아저씨는 접시 가득 만두소를 쌓아두고 여유롭게 만두를 빚었다. 피 위에 소를 담고, 엄지와 검지 사이에 소를 담은 피를 올리고, 끝에서 끝까지 아홉 번 매듭을 쥐듯 양 끝을 붙이자 만두 하나가 만들어졌다. 아저씨는 만두 하나를 15초 만에 만들었다. 만두 아저씨가 만두를 빚는 동안 상해만두의 가족들도 점심 준비를 마치고 만두를 빚기 시작했다. TV 뉴스가 나오는 동안 모두 말없이 테이블에 줄지어 앉아 만두를 빚고 있었다. 상해만두의 여사장님, 즉 유가창 사장의 어머니는 8초 만에 하나를 빚었다. |
이렇게 만든 만두 맛은 어떨까. 확실한 특징이 있었다. 그 중 하나가 돼지고기의 비계 비율. 유가창 사장의 설명에 의하면 육즙이 많이 나오는 만두는 비계를 넣는다. 자신들은 비계를 넣지 않고 살코기를 많이 넣는다고 했다. 그 사이로 생강과 부추를 적당히 넣어 돼지고기의 식감과 향 사이에서 균형을 맞췄다. 한국 사람의 만두보다는 호쾌하나 중국 사람이 만든 만두보다는 섬세한 맛이었다. 육즙 없이 고기가 많은 만두라 오히려 육즙 흘릴 걱정 없이 편하게 먹을 수 있었다. 특히 홍초 만두가 기억에 남았다. 일반 소에 고추기름을 섞어 매운 향과 맛만 남겼다. 매운맛을 세련되게 활용하는 중국요리의 특징이 배어 있었다.
엄궁동 상해만두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다 보니 이들의 맛과 함께 삶도 조금 보였다. 화교들은 한국어를 잘 모르니 공부를 하기가 조금 더 어렵다고. 그래서 식당을 많이 하는 거라고. 상해만두 역시 부산 구포역 앞 유명 만둣집 금룡과 친척이라고. 자기는 부산역 앞 화교학교를 다녔지만 자기 자녀는 한국 학교를 보낼 거라고. 지금 일은 성과가 다 나에게 와서 좋지만 불경기는 불안하니 요즘은 회사에 계속 다녔어도 좋을 것 같다고. 이런 이야기 막 해도 되냐고. 처음 보는 만둣집 사장님의 이런저런 사정을 왠지 모르게 깊이 공감하게 되었다.
이야기를 듣는 동안 점심시간이 다가왔다. 우리는 촬영용 튀김만두와 홍초만두를 먹어 보았다. 역시 훌륭했다. 나는 첨단 식품공장의 수퍼 하이 테크 만두는 21세기의 보물 같은 거라고 생각한다. 동시에 갓 빚은 만두만의 신선하고 소박한 맛에도 대체 불가능한 고유의 아름다움이 있다. 상해만두에도 그게 있었다. 시간만 있으면 맥주 한 잔 곁들이며 이것저것 시켜 먹고 싶었다. |
양가손만두, 만두가 있었으면 싶은 바로 그 곳에
부산에 여행을 간다면 양가손만두는 들어가는 길에부터 매혹적인 느낌을 준다. 양가손만두가 있는 개금시장부터 매력적이다. 개금시장은 가본 적 없어도 언젠가 어릴 때 한 번은 가본 것 같은 도시 한 켠 작은 시장이다. 나물 재료를 다듬어 파시는 할머니, 팔뚝만한 갈치를 파는 어물전, 대중목욕탕 의자 위에서 순대만 파는 작은 순대집, 참기름을 짜는 기름집 등 동네 시장에 있던 가게들이 두루 있다. 그 사이로 하루 종일 손님이 오가는 가게가 하나 있다. 양가손만두다.
양가손만두에서 인터뷰를 해주신 양윤석 사장 역시 2대 사장이다. 1대 사장님인 자신의 아버지는 1976년 부산으로 와 지금 이 자리에 양가손만두를 개업했다. 50년 가까이 만두를 빚는 동안 자식들이 장성하고 고락을 함께한 사모님은 작년 작고하셨다. 부산으로 넘어온 한 세대가 그렇게 만두로 자리를 잡았다. 양윤석 사장은 미술을 전공하고 관련된 일을 하다 2015년 양가손만두를 이어받았다. 처남과 형도 양가손만두라는 이름으로 부산에서 같은 가게를 운영하는 중이다. |
양가손만두 3개 점포는 거의 같은 가게라 할 만한 것이 재료가 나가는 곳이 같다. 개금동 본점 근처에는 재료를 준비하는 공방이 있다. 양윤석 사장은 아침 5시 30분에 일어나 6시 30분쯤 공방에 도착한다. 물을 끓이는 일로 시작해 속과 반죽을 만들고, 속과 반죽이 부산의 양가손만두 3개 지점으로 각자 이동된다. 손님 앞에서 만두를 빚고, 그 만두를 바로 조리하는 시스템 자체는 3개 점포가 모두 같다.
우리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양가손만두의 선대 사장님은 열린 주방에서 계속 만두를 빚고 있었다. 양가손만두는 부엌 동선도 만두에 맞춰 진화해 있었다. 사장님이 있는 곳이 위치상 부엌의 중심이다. 일반 분식이 만들어지는 부엌은 보통의 식당 부엌처럼 식당 맨 안쪽에 있다. 이 식당을 대표하는 만두 조리부는 가게 전면에 위치한다. 가게 안에서 만두를 빚고, 가게 밖에서 만두를 찌고 굽는다.
만두를 빚는 조리부에서 이 가게의 특징인 아주 얇은 피가 만들어진다. 아주 얇은 피 만두 제작은 2인 1조로 진행된다. 젊은 직원이 쇠봉으로 반죽을 굴려서 피를 만든다. 피는 중력분과 강력분을 섞었기 때문에 얇아도 최소한의 강성이 보장된다. 사장님은 손바닥에 만두피를 얹고 만두피 위에 만두소를 올린 뒤 손으로 만두를 쥐듯 하며 순식간에 만두 하나를 빚어낸다. 그가 만두 하나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5초 남짓이었다. |
인기의 비결은 고된 노동과 자부심
지켜보니 양가손만두가 인기 있을 만했다. 이들은 한정된 재료 안에서 최대한 다양한 맛을 만들어냈다. 만두피는 최대한 얇게 만들어서 속재료 맛을 살린다. 군만두는 찐만두를 앞뒤로 한 면씩만 구워내는 방식이다. 찐만두의 쫀득한 식감과 군만두의 바삭한 식감이 만두 한 알에 담긴다. 사업의 생명이 현금 흐름이듯 음식 장사의 생명 역시 순환이다. 우리가 취재를 하는 오후 3시 정도의 오후에도 손님들이 계속 드나들며 만두를 사 가거나 포장하고 있었다. 바로 만든 만두를 바로 익히고 바로 사 가니까 맛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 맛을 손님들에게 매일 제공하는 사람의 일상은 그만큼 혹독해진다. 지역 만두 명가가 되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매일 5시 30분에 일어나 하루 종일 만두를 빚고 만두를 굽다 보면 금방 문 닫는 시간인 저녁 8시가 된다. 집에 와서 씻고 하루 일을 조금만 마무리해도 금방 11시. '워라밸'같은 건 만두 명가에는 없는 개념이다. 양윤석은 한창 자라는 딸과 시간을 보내기 어려운 게 가장 힘들고, 그래도 힘이 나는 게 지나가는 사람들의 말이라고 했다. "이 시장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여기 맛있는 집이야."라고 해주실 때가 있어요. 사람들의 대화 속에서 우리 집을 알아주는 게 좋습니다." |
"전에는 체인점같은 것도 되면 좋겠다 싶었는데요, 지금은 '부산 오면 가보고 싶은 집' 정도만 되어도 좋겠습니다." 양윤석의 이야기대로 양가손만두의 맛은 부산에 오면 부러 먹으러 갈 만한 맛이다. 이렇게 얇은 피, 이렇게 통통한 속, 이렇게 바로 나오는 맛, 동네 시장 안에서 계속 만두를 찌고 굽는 고유한 분위기, 이런 건 양가손만두에서만 느낄 수 있다.
오늘 찾은 만둣집과 부산의 다른 만두 명가들도 마찬가지다. 만둣집을 비롯해 부산에는 유독 밀가루를 재료로 기술과 정성을 얹어 맛을 내는 가게들이 많다. 식물가가 저렴해서일까, 부동산 시세가 아직 서울만큼 비싸지는 않아서일까, 아니면 음식에 대한 사람들의 고민이 남아있어서일까. 아마 그 모든 게 이유일 것이다. 그 모든 게 담긴 만두를 양껏 먹고 왔다. |
잡지 에디터. 《에스콰이어》 등에서 일하며 라이프스타일 업계를 취재해 페이지를 만들었다. 5번째 책 《요즘 브랜드 2》를 만드는 중이다. 서울-부산 간 2박 3일 취재를 자동차 운전으로 다녀온 뒤 '부산까지 차를 몰고 가려면 5일은 머물러야겠다'는 소중한 결론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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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ITZY 등 다양한 K팝 아티스트를 촬영하는 한편 독일 자이트 매거진과 작업하는 등 흥미롭고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쌓고 있는 사진가. 요기레터 1호부터 여러 고생을 함께해 준 오랜 파트너이기도 하다. 촬영 틈틈이 생활정보도 알려주는데, 이번에는 피부과 진료의 효능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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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해만두 부산 사상구 대동로 73
양가손만두 본점 부산 부산진구 가야대로 482번길 16 /큰아들점 부산 남구 못골로 66 /부전시장점 부산 부산진구 중앙대로 769번길 24
*상해만두, 양가손만두 큰아들점/부전시장점 요기요 주문 가능 |
“처음 길에서 우연히 봤을 때 LA에서 갔던 피자집이 생각났어요. 당장 문을 열고 들어갔죠.” 마일로는 요즘 MZ 세대들 사이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타투이스트 중 하나다. 60만 유튜버 이영지도 마일로의 손님 중 하나. 하루 세 끼를 채울 수 있다고 자부하는 피자 마니아인 그가 서울 최고의 피자집으로 고른 것은 상수동의 핏자터틀스다. “피자는 언제나 근본으로 가야 합니다. ‘페퍼로니’와 ‘치즈'를 반반으로 시키죠. ‘터틀스 윙’은 사이드 메뉴지만 사이드가 아니에요. 혼자 가든 여럿이서 가든 이렇게 세 메뉴는 꼭 주문합니다. 치즈 추가도 잊지 말아주세요.” 그는 ‘핏자터틀스’에 곁들일 노래로 LA 출생의 R&B 스타, Blxst의 ‘Chosen’을 추천했다. “힙한 음식을 먹을 때 힙한 노래가 빠질 순 없죠. 그냥 미국을 느끼며 행복함을 느껴봅시다. 스컬~.”
핏자터틀스 서울 마포구 독막로15길 3-12 103호 타투이스트 마일로 @seungmwee
글ㅣ 주현욱 에디터 @hyeonuk_joo 원고가 점점 좋아지는데 팔뚝도 점점 굵어지고 있다.
사진ㅣ 조서형 에디터 @veenu.82 깁스를 풀자마자 계곡 다이빙을 즐겼다. |
📷 요기레터의 세번째 전시 <BREAD & BERRY>
오랜만에 돌아온 요기레터의 전시 소식입니다.
7월 20일(오늘)부터 요기레터 식빵편과 딸기편의 사진을 모은 전시가 시작됩니다.
표기식 작가님이 담아낸 식빵과 딸기의 아름다운 순간들을 실물로 만나보세요🍓🍞
또한 이번 전시에서는 한정 굿즈를 준비했습니다.
여름철 입기 좋은 BREAD와 BERRY 티셔츠, 그리고 BREAD & BERRY 볼캡입니다. 특히 티셔츠 뒷면에는 DJ Jesse You가 식빵과 딸기에서 영감을 얻어 구성한 뮤직 플레이리스트가 인쇄되어 있답니다🎵
(굿즈는 온라인 구매도 가능합니다😊)
전시 장소: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12길 30 NTL 갤러리
전시 기간: 7/20(수)-8/27(토)
애플 뮤직 BREAD & BERRY 플레이리스트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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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주년 무물 이벤트를 통해 들어온 질문
지난 무물 이벤트에 많은 구독자분들께서 참여해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모든 질문에 답변드리고 싶지만 분량 관계상 많이 들어온 질문들 먼저 답변 드릴게요.
Q. 요기레터의 주제는 어떻게 정하나요?
A. 많은 구독자님들께서 레터를 읽어주시는 만큼, 많은 분들이 좋아하실 만한 음식을 담당자와 에디터가 논의해 결정합니다. 또한 지난 연말 진행했던 '탐험 장소 추천' 이벤트를 통해 들어온 주제를 함께 고려하고 있어요. 실제로 임실 치즈 공장과 라면 공장은 구독자님들께서 추천해 주신 장소랍니다.
Q. 요기레터를 만드는 사람들이 궁금해요. 몇 명이 만드나요? 탐험은 누가 가나요?
A. 한 편의 레터 기준으로 실제 제작에 참여하는 사람은 보통 4명인데요. 에디터 2인(각자 탐험과 맛집 담당)과 사진가 1인, 그리고 요기레터 담당자 1인입니다(지금 답변을 작성하고 있는 사람은 담당자입니다🙋♀️). 탐험은 에디터, 사진가, 담당자가 함께 떠나고 있어요.
Q. 획득 물품 외에 요기레터에 등장하는 브랜드들에게 광고비를 받나요?
A. 받지 않습니다. 비용이 오가지 않는 협업 형태로 진행하고 있어요. 혹시 광고비를 받게 되는 날이 온다면 메일 앞에 표시해 알려드릴 예정입니다💸
Q. 탐험 장소 섭외가 어렵지는 않은가요? 거절당한 적도 있나요?
A. 공장이나 키친 공개는 쉽지 않은 일이니만큼 거절을 당하는 경우도, 협의 과정에서 진행이 무산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처음에는 섭외가 어려웠지만 점점 많은 분들이 요기레터를 알게 되면서 최근엔 섭외가 조금 수월해지고 있어요.
앞으로도 궁금하신 내용이 있다면 언제든지 피드백이나 답장을 통해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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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기레터는 항상 구독자분들의 의견을 기다립니다 👉피드백 하기 |
🚗 다음 요기레터는 농장으로 떠납니다. 8월 3일 수요일에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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