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케이크를 만드는 현장속으로🎅 과자의 건축술
"건축과 과자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건축가가 과자를 먹어야 일을 잘 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니다. 과자류를
만드는 게 건축의 한 분파에 속한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대담한 말을 한 사람은 앙토넨 카렘, 18-19세기 프랑스 제국에서 활약한 역사적인 제과인이다. 나는 크리스마스 케이크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며 카렘의 '건축과 과자론'을 새삼 떠올렸다. 층층이 쌓아 올리는 웨딩 케이크가 아니라도 케이크를
만드는 과정에는 집 만들기와 비슷한 과정이 있었다. 내 앞의 파티쉐는 스폰지케이크 층층마다 크림을 얹은
후 그 위에 다시 케이크를 올렸다. 3층 규모의 케이크를 다 만들면 그 위로 한 번 더 케이크를 두른다. 벽을 짓고 보기 좋게 감싸는 과정과 개념적으로 차이가 없었다. 이런 생각을 하는 동안 케이크는 점점 더 모습을 갖춰 나갔다. 건축
자재로부터 건물의 모습을 상상하기 쉽지 않듯 크림이나 스폰지케이크, 혹은 딸기만 보고 케이크를 상상하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건축가나 파티쉐가 일종의 마법사 같은 오라를 띠는 걸지도 모른다. 내 눈앞에서 케이크가 층층이 올라가고 있었다. 과자류는 건축이고 제빵은 과학이다. 스폰지케이크가 열을 받아 부풀어
오르는 것, 크림이 적당히 발리기 위한 적정 온도, 모두
실험과 측정을 통한 과학적 규칙 도출이 가능하다. 그러나 우리의 일상생활을 즐기기 위해 일상의 모든 걸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요리사의 마술 같은 비결도 마찬가지다. 알 수 없는
일들이 잠깐 일어났다가 '아 맛있겠다' 싶은 게 만들어진다. 크리스마스 케이크의 현장도 그랬다. 빙빙 돌아가는 성탄 케이크처럼 : 제빵실 탐험
➡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긴장감이 팽팽했던 제빵실
케이크의 탄생 케이크가 태어나는 곳은 빵집 뒤편의 제빵실이다. 우리가 케이크의 탄생을
구경한 곳도 제과점의 제빵실이었다. 보통 제빵실과 다른 점은 좀 크다는 정도다. 오늘의 무대는 김영모 제과점의 경기도 성남 매장 제빵실. 카페만 3층 규모일 정도의 대형 공간이다. 강남과 판교의 중간 정도에 자리
잡았는데, 주차가 안 되는 걸 상상할 수 없는 이 동네 사람들의 성향답게 주차장이 아주 넉넉했다. 본관 옆 건물 1층 전체가 제빵실이다. 약 10여 명의 제빵사들이 분주히 각자의 할 일을 하고 있었다. 케이크 만드는 곳은 수술대가 떠오르는 스테인리스 스틸 도마였다. 디너
테이블만 한 스테인리스 스틸 도마 위에서 경력 9년 차 고용준 파티쉐가 케이크를 만들어 주었다. 이날 본 바로는 케이크를 만드는 건 2인 1조로 움직였다. 한 명이 케이크를 조립하고, 다른 한 명이 그 과정을 보조한다. 보조 역할을 한 파티쉐는 제작
과정이 진행될 때마다 알코올 묻힌 수건으로 곳곳을 깨끗이 닦아 준다. 수술실의 의사와 간호사를 보는
듯했다. 크리스마스 케이크의 원재료는 간단하다. 달걀, 밀가루, 설탕, 딸기, 우유. 이 재료들이 섞이고 구워지고 식혀진 후 잘리고 조립되고 다듬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고 나면 우리가 상자를 열었을 때 "우와~"
하고 탄성을 지르는 케이크가 나온다. 카렘의 건축과 과자론을 곱씹을수록 이 말에 일리가
있음을 알게 된다. 일련의 건축 자재들은 건물이 되고 나면 원재료가 갖고 있었던 존재감이 사라진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다 만들어진 크리스마스 딸기 케이크 앞에서 사탕수수밭의 온도나 젖소의 성격을 생각하지 않는다. 케이크가 만들어지는 과정 역시 설계 도면대로의 시공과 비슷하다. 순서와
규칙이 있다. 오븐에서 나온 스폰지케이크를 가로로 썰어준다. 가로로
썰린 스폰지케이크 각 덩어리가 각자의 층이다. 스폰지케이크가 잘린 면에 시럽을 바르고 크림을 덮은 후
층층마다 딸기를 심는다. 건물 골조라 할 만한 케이크 층이 다 올라가면 윗면과 측면 전체를 크림으로
엎는다. 크림으로 덮어줄 때는 도예가의 물레처럼 아랫부분을 계속 돌려준다. 케이크에 발라주는 크림은 무르기 때문에 깨끗하게 테두리를 마감하기 힘들다. 그래서
스패츌러를 살짝 붙였다 떼었다 하며 파도 무늬를 만든다. 장식적인 파도 무늬는 장식의 편의라는 기능적
역할도 수행하는 셈이다. ![]() ![]() 제빵업계의 극성수기 크리스마스는 으레 케이크가 생각나는 계절이다. 크리스마스트리에 감겨
반짝이는 백열전구, 트리 아래에 놓인 선물 상자들, 테이블
위의 먹거리(어릴 때는 치킨 정도겠지만 나이가 들면 와인에서 과메기에 이르기까지 음식 폭이 넓어진다) 옆으로 빠질 수 없는 게 크리스마스 케이크다.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앉아 생크림 딸기 케이크를 먹으며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다 보면 좋은 한 해를 보냈다는 기분이 든다. 이 좋은 기분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의 집단적인 마음이 연말 제빵업계에 불어닥치는 대목의 돌풍이다. 유명 제과점인 김영모 과자점도 마찬가지다. 오늘 본 딸기 생크림
케이크는 김영모 제과점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크리스마스 케이크 메뉴인 '노엘 오 프레제'. 크기에 따라 1호, 2호, 3호로 나뉘는 크리스마스 케이크가 크리스마스 시즌에만 5천 개씩
팔려나간다. 휴가철의 제주도 인파에 견줄 만한 딸기 크리스마스다. 그 사이에서 김영모 제과점의 김영모가 빵을 썰고 있었다. 원할머니
보쌈 대표는 원 씨가 아니지만, 김영모 제과점의 리더는 김영모다. 혹자는 너무 유명한 이름이다 보니 실존
인물 맞냐는 질문이 있을 정도지만 빵 칼을 들고 빵을 써는 모습을 내가 봤다. 직원들의 말로는 여전히
각종 지점을 다니며 직원 지도를 맡는다고 한다. "크리스마스 케이크는 12월 1일부터 준비합니다. 케이크는
당일 생산 당일 판매하고, 위에 올라가는 데코레이션 초콜릿 같은 걸 미리 준비하죠. 12월 23일 저녁과 24일에는
직원들끼리 교대로 철야를 해야 할 정도입니다." 누군가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누군가 고생을 하고 있다.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넘어 세상 어디나 비슷할 것이다. 한국의 제빵업계는 특이하다면 특이한 산업구조다. 전체 규모의 반 이상을
특정 대기업이 점유하는데, 나머지 규모를 채우는 건 동네 빵집 규모의 개인사업체다. 동네 빵집을 넘어 기업화에 성공한 김영모 제과점은 굉장히 예외적인 경우다. 제빵부가
자리한 건물 3층에는 김영모 박물관까지 있다. 사정을 알고
나면 그럴 만하다 싶다. 변한 것과 변하지 않는 것 빵과 케이크를 넘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음식 대부분에는 아주 큰 공통점이 하나 있다. 재료법이 완성된 지 굉장히 오래되었다는 점이다. 밀을 갈아 만든
가루에 물을 섞어 반죽해 발효 등의 화학 처리를 거쳐 오븐으로 구워내는 빵 만들기의 기본은 로마 시대부터 지금까지 서양 식문화의 기본이다. 변한 게 없다. 변한 건 본질적 요리 기법을 뺀 전부다. 가열 기술과 냉동 냉장 기술, 각종 물류 기술이 더해지며 우리의 식탁은 예전 시대로는 상상도 못 할 만큼 풍요로워졌다. 당일 생산한 딸기 케이크를 겨울에 사 먹는 행동이 현대 사회의 발전상 그 자체다. 교과서에 나오는 김종길의 시 '성탄제'만 봐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온 산수유 열매가 엄청나게 귀해서 아직까지 아들의 혈액 속에 흐르는 걸로 나온다. 성탄제는 1969년 시다.
2021년의 아버지는 산수유가 필요할 때 스마트폰을 켜서 앱으로 주문하면 당일 배송으로 물건을 수령하며 네이버 페이 1% 적립을 받을 수 있다. 세상이 이만큼 변했다. "빵은 실컷 만들었지만 먹을 수는 없었지요. 하나라도
훔쳐먹다 들키면 코피가 나도록 맞지요. 한번은 크림빵이 너무 먹고 싶어 훔쳐서 화장실에 쪼그려 앉아
먹은 적이 있습니다. 눈물이 나더군요." 2009년 김영모의 신문 인터뷰다.
그는 안타까운 어린 시절과 몇 번의 위기를 거쳐 1982년 첫 가게를 내고 1996년 서초방송 케이블 TV에서
'서초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 1위에 올랐다. 그때로부터도 25년이 지난 지금도 김영모 과자점은 여전히 건재하고 그의 빵집에는 아침부터 사람들이 가득하다. 어떻게든 시간은 흐른다. 올 연말에도 수천 개의 딸기 생크림 케이크가
어딘가의 테이블 위에, 사람들의 설레는 눈빛 사이에 놓여 있을 것이다.
삶은 쉽지 않지만 좋은 점도 있는 것 같다. 모두에게 올해가 그런 한 해가 되었길. 에디터 박찬용 @parcchanyong 분석적이면서도 읽는 맛이 살아있는 글을 쓰는 잡지 에디터. 《에스콰이어》 등에서 일하며 라이프스타일 업계를 취재하고 페이지 만드는 일을 해 왔다. 에디터 업무 내내 식당 취재가 업무의 일부였다. 《첫 집 연대기》 등 책을 4권 냈다. 지금은 각종 매체에 칼럼을 쓰며 《요즘 브랜드 2》를 준비하고 있다. 포토그래퍼 송시영 @siyong.song 지금 한국에서 가장 각광받는 젊은 사진가 중 하나. 레드벨벳, 트와이스, NCT 등 K-팝 아티스트의 앨범 커버나 화보 작업을 다수 진행했다. 《매거진 B》, 《신세계 빌리브》 등 에디토리얼 작업도 부지런히 병행한다. 💁 담당자의 언박싱 : 요기스페셜박스 요즘 사무실은 긴장상태다. 이번 주 금요일부터 시작되는 '요기요타운'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 '요기요타운'은 소상공인과의 상생의 의미를 담아 준비한 행사다. 행사 기간동안 이태원 골목의 공실은 전국 20여개의 맛집들로 채워지게 된다. 이 이벤트의 경품인 '요기스페셜박스'를 어렵게 손에 넣었다(실제로 팀에서 나만 받았다😇). 건물 모양 상자 속에는 가평 휴게소에서 줄 서서 산다는 파리바게뜨 가평 맛남 샌드, 양산 대표 수제 초콜릿 감미로이, 그리고 홍대 비틀버그 캔디의 요기요타운 에디션이 들어있다. 스페셜박스는 500개만 한정 제작 되었는데, 드로우를 통해 간단하게 응모할 수 있다. 오늘이 마지막 날인데 내가 알기로 아직 수량이 꽤 남아있다. 이번 담당자 - 아리아나 벤티☕ 📄요기레터 소식📑 한 해의 마무리 잘 하고 계시나요? 담당자도 올 한 해를 되돌아보며 내년 요기레터를 준비 중입니다. 혹시 요기레터에서 꼭 보고 싶은 장소가 있으신가요? 있다면 이번 기회에 추천해주세요🙆♀️ 추첨을 통해 🎁30분께 요기요 2만원 쿠폰🎁을 보내드릴게요. (기간: 12/15 (수) - 12/22(수), 발표 12/23(목) *메일을 통한 개별 발표) 12월 마지막 주는 쉬어갑니다. 내년 1월 5일에 만나요. (다음 호의 탐험 장소는 지금까지와는 아주 다른 장소랍니다. 기대해 주세요😆) 요기요 I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대로 38길 12 마제스타시티 타워2, 16층 I 수신거부 Unsubscribe YOGIYO Content Marketing Team 크렘별일내⭐, 배고프지망고🥭, 3layer🥓, 붕어먹다붕어빵🐟, 아리아나 벤티☕, 먹잘알 종달새🐥 Project Director Yeunkyung Won I Project Manager Sora Kim |
요기요의 푸드탐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