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 농장은 겨울에도 더워서 우리는 하나씩 옷을 벗었다. 당연한 일이다. 딸기가 나와야 하니까. 어른 허리만 한 높이로 긴 화분이 하우스 끝에서 끝까지 줄지어 있고, 거기에 빽빽하게 딸기가 심어져 있었다. 딸기 묘종은 약 20cm 정도로 자란 큰 이파리들, 딸기꽃이 그 아래로 늘어져 있다. 딸기꽃에서 수정이 일어나면 꽃이 지고 거기서 딸기가 나오기 시작한다. 겨울 수정을 하는 벌이 계속 딸기꽃 사이로 날아다녔다. 모양이 잡힌 딸기가 수확 가능할 때까지 익는 데에는 3일 정도 걸린다고 했다. 

김대석 사장님은 올해 51세인 9년 차 귀농 농부다. 도시에서는 서비스업에 종사하시다 퇴사 후 귀농하기로 했다. 이유는 친구 따라 와 봤더니 잘 맞을 것 같아서. 논산에는 이 전에는 와본 적도 없고 농사 비슷한 일을 해본 적도 없다. 김대석 사장님의 경우를 오늘날 논산 딸기 농부의 평균으로 봐도 될 듯하다. 충남 지역 귀농자의 비율은 점차 늘어 전체 농부의 40%에 이르고, 그중 논산에 정착한 농부의 최소 절반 이상이 딸기를 재배한다. 놀랍게도 응답에 응한 귀농자의 90% 이상이 현 생활에 만족한다는 결과가 있다. 적성에 맞는 사람들이 이 일을 선택해서 그런 것 아닐까. 김대석 님도 적성에 잘 맞을 것 같아 귀농을 택했다고 했다.

어떤 적성이 필요하냐면 꼼꼼함과 성실성이다. 실제 딸기 농업은 세밀하고 지루한 단순 작업에 가깝다. 딸기는 예민하고 자연의 모든 것이 딸기 맛의 변수다. 그 모든 상황을 감안하며 매일 딸기의 컨디션을 확인해야 한다. 가장 맛있는 딸기를 만들기 위해 쉼 없이 잎과 딸기를 솎아줘야 한다. 김대석 님은 우리 세대가 어릴 때 생각하던, 왠지 얼굴이 그을렸을 듯한 농군의 느낌은 아니었다. 편해 보이지도 않았다. 농생산성은 기계나 공학의 힘으로 엄청나게 높아졌으나 아직 사람의 손이 없을 수는 없다. 부부 두 분께서 일 년 내내 종일 일하면 비닐하우스 4동 규모의 농업까지 가능하다고 한다. 

생계로의 농업은 영화 <리틀 포레스트>와 다르다. 마침 취재 갔을 때는 딸기가 한창 출하해야 하는 철이라 모두 늦게까지 일했고 그 말을 증명하듯 하우스 천장에 전구가 줄지어 매달려 있었다. 직장인 야근보다 늦을까? 자정까지 일하실까? "에이 그 정도는 아니에요. 오늘 좀 일찍 일어나서요." 언제부터 일하셨는지 여쭸다. "새벽 두 시부터요." 

김대석 님은 한 번 망할 뻔했다고도 했다. 파트너를 잘못 만나서. 농가가 망하는 건 무엇일까? 딸기가 안 자라는 것이다. 그는 딸기를 거의 수확하지 못하다 은인을 만나 노하우를 얻었다. 그 은인을 따라 딸기 농사 장소도 이전했다. 은인은 다른 곳에 있었다. 은인 당사자에게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비닐하우스를 떠났다. 약 1km쯤 떨어진 곳에 집하장이 있었다. 밭 사이의 좁은 길을 천천히 달렸다.  

"내가 킹스베리를 하겠다고 했을 때 아무도 안 한다고 했어요." 노성농협 박형규 회장이 회상했다. 킹스베리는 논산이 개발한 신흥 품종이다(그래서 이름도 논산 7호였다). 크고 달고 덜 시어서 좋았는데 키울 때마다 죽는 게 문제였다. 박 회장은 킹스베리의 수익성이 안 좋은 이유를 네 가지로 정리했다. 응애, 흰가루병, 이과(모양이 이상한 것), 그리고 약한 경도. 박형규는 스타트업에서 늘 말하는 '문제 해결' 방식으로 네 가지 문제를 하나하나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는 관리와 아이디어로 킹스베리의 프리미엄화를 이끌었다. 흰가루병과 응애는 병충해의 한 종류라 관리 방법을 교육하면 해결할 수 있다. 이과는 딸기가 자라날 때 모양이 안 좋은 걸 솎아서 해결한다. 보통 딸기보다 무른 킹스베리의 낮은 경도는 어떻게 했을까? 별도의 케이지를 씌웠다. 킹스베리 전용 출하 라인이 따로 있는 이유였다. 딸기가 빽빽이 들어 있는 설향 박스와 달리 킹스베리는 배나 와인을 쌀 때 쓰는 그물 안에 들어 있다. 그 그물이 킹스베리가 무르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이다. 킹스베리 망 덕에 딸기가 더 고급스러워 보이기도 하니 그야말로 훌륭한 문제 해결이다. 문제 해결은 딸기 운반 과정에서도 계속됐다. 딸기는 쉽게 무르므로 바구니에 살살 담아 이동하고, 그 바구니들을 담는 수레가 따로 있다. 2022년형 딸기 수레는 바퀴에 쇽업쇼버를 달아서 충격에 더욱 강해졌다. 대단한 아이디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