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건너온 새로운 치킨, 윙스탑 이야기 지금 서울의 중심은 시청도 광화문도 아닌 강남역이다. 가보면 안다. 한남대교에서 이어지는 광활한 도로. 그 옆에 줄지은 고층 사무건물. 길 양쪽으로는 거대한 LED 장승처럼 서 있는 광고판. 9호선, 신분당선, 2호선, 그리고 경기도 곳곳을 오가는 빨간 버스. 수치로나 기분으로나 여기가 현대 서울의 중심이다. 원래 중심가의 근방이나 뒷골목에 묘하게 특징 있는 공간이 있다. 신촌이 번화가이던 때 이대가 그랬듯, 압구정 로데오가 번화할 때 청담이 그랬듯. 오늘의 목적지도 강남 교보문고 길 건너 추어탕집이 있는 골목으로 들어가 우회전해 걸어 들어가면 나온다. 윙스탑 플래그십 스토어. |
|
|
여기가 치킨의 나라입니까?
일시 ㅣ 막바지 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2월 말
장소 ㅣ 서울 강남구 윙스탑
탐험 난이도 ㅣ 2.5/5.0 ➡ 너무나 쾌적한 키친과 매장
획득 물품ㅣ 윙스탑의 거의 모든 메뉴 |
|
|
윙스탑은 치킨 윙을 전문으로 하는 미국의 치킨 프랜차이즈다. 강남역이 첫 매장이고 오늘의 목적지다. 나는 정식 취재 며칠 전 한번 혼자 가 봤다. 이 시리즈를 오래 보신 분들은 아실 텐데 우리는 치킨 이야기를 여러 번 했다. 튀기는 음식 이야기도, 글로벌 F&B 브랜드 이야기도 수 차례 했다. 이런 상황에서 윙스탑 취재라니, 나는 마치 '불후의 명곡'에서 몇 번씩이나 불린 노래를 또 불러야 하는 가수가 된 느낌이었다. 한 번이라도 더 가보면 뭐라도 보이려나 싶었다. 아울러 궁금했다. 대도시에서라면 언제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치킨의 나라에서 어떤 치킨을 또 선보일까 싶어서. 그런 마음을 품고 문을 열고 들어가니 AFKN 라디오에서 나올 법한 미국 팝 음악이 들려왔다.
윙스탑 1호점은 여러모로 새것이었다. 모든 탁자와 의자에 아직 새것 티가 남아 있었다. 키오스크도 새것, 심지어 직원의 유니폼마저 새것 티가 완연히 났다. 모든 게 너무 새것이라 게임 세트장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메뉴 주문은 키오스크와 대면 주문 모두 가능하다. 키오스크를 보다 이것저것 다 먹어보고 싶어서 '올인 번들'을 주문했다. 시켜 보니 다양한 치킨 타입을 주문할 수 있는 것이었고 소스 타입은 정해져 있었다. 조금 후회했지만 이미 주문이 들어갔다.
테이블은 1층에 3개쯤 있고 주로 2층에 있다. 주말 저녁 신논현역 근처였는데도 아직 사람이 많지 않았다. 비어 있는 테이블이 더 많았다. 그 안에 있는 사람들 중 반쯤이 외국인 혹은 영어를 쓰는 아시아인이었다. 자연스럽게 이국적인 기분이 들었다. 맥주도 마셔 볼까? 마셔야 할까? 나는 평소에 술을 잘 마시지 않지만 단 건 더 별로다. 음료 메뉴는 단 것만 팔아서 라거 맥주를 하나 주문했다. 음식은 약 10분 후에 나왔다. |
|
|
올인 번들은 생각보다 양이 많았다. 패스트푸드점 실내 식사용 쟁반 하나가 거의 다 찼다. 클래식 윙 한바구니, 순살 윙 한바구니, 텐더 한 바구니. 양념의 반질거리는 정도나 코로 흘러들어오는 냄새만 봐도 이 치킨의 지향점을 알 수 있었다. 미국. 한국에서 아무리 끈적한 맛의 치킨을 만들어도 이 맛을 따라 할 수는 없다. 이건 기술의 문제가 아닌 정도의 문제이기 때문이며, 한국 치토스와 미국 치토스의 근본적인 맛 차이가 나는 이유다.
특히 시그니처인 레몬 페퍼가 그랬다. 튀김과 식초는 상당히 잘 어울린다. 피시 앤 칩스에 레몬즙과 소금을 가득 뿌려 먹어 보면 그 맛을 안다. 서양의 대중적인 튀김은 기름의 텁텁한 맛에 신맛을 더해 중독적인 기름과 산의 조합을 만든다. 윙스탑 레몬 페퍼에 바로 그 맛이 있었다. 갓 튀긴 닭에 시고 짠 맛이 묻으니 손이 쉴 틈이 없었다. 그 신맛과 그 짠맛은 한국의 치킨집이 시도하지 않을(못할) 것 같았다. 닭도 상당히 부드러웠다. 기름과 닭고기에 신경을 쓰는 것 같았다. '으아 배부르다'라고 생각하면서도 바구니 세 개를 거의 다 비웠다.
고독한 미식가처럼 늦겨울에 혼자 가서 매장 귀퉁이에 앉아 올인 번들을 일 때문에 먹었지만 음식 경험 자체는 기분 좋았다. 닭고기는 신선했고 튀김기름 상태도 훌륭했으며 무엇보다 소스 맛이 여기에만 있었다. 원래 어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그 도시의 최고 중심가는 잘 안 간다. 나도 강남역은 잘 안 간다. 그럼에도 윙스탑을 위해 강남역에 또 갈 것인가? 그럴 이유가 있는가? 라고 스스로에게 묻는다면 나는 가끔 갈 것 같다. 미국 치토스를 사러 남대문 수입 상가에 가는 마음과 비슷하다. 그 맛은 대체가 안 된다. |
|
|
윙스푼과 윙버스와 윙스팬 사이에서
며칠 후 취재 날. 우리는 계속 윙스탑의 이름을 헷갈렸다. 나는 윙스푼이라고 말했고 다른 담당자는 자꾸 윙버스라고 말했다. 이게 스마트폰 사회로 전환되면서 기억력이 낮아져서인지 아직 윙스탑의 인지도가 높지 않아서인지는 알 수 없다. 윙스탑 담당자를 만나기 전에 실례를 하면 안 되니까 세 번 외치고 들어갔다. 윙스탑. 윙스탑. 윙스탑.
윙스탑의 담당자들은 좋은 의미에서의 기합이 들어 있었다. 기름은 깨끗했고 사람들은 친절했다. 이날 촬영을 위해 냉장고 반쯤은 비워주겠다는 기세로 닭을 튀겼다.
부엌에 들어가서 이들의 이름을 확실히 기억했다. '윙스탑'이라는 이름이 약간의 공군 용어를 가져왔음을 거기서 알았다. 윙스탑 부엌의 각 부분은 파일럿, 윙맨, 봄바르디에, 거너 등의 이름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부분마다 닭을 튀기거나 포장을 하는 등의 역할이 다르다. 그러고 보니 윙스탑의 로고 역시 약간 군용기에 입히는 로고 같은 모양이다.
윙스탑의 각 부분별 이름은 단순히 이름을 위한 이름이 아니기도 하다. 현대 프랜차이즈 F&B 비즈니스의 필수 숙제는 모든 분야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것이고, 윙스탑은 이 부분에서 성공해 미국 최대의 치킨 프랜차이즈가 될 수 있었다. 실제로 주방 곳곳에 굉장히 자세한 수준의 매뉴얼이 적혀 있었고, 문을 열고 나서 약 1개월 동안은 댈러스에 있는 본사 직원들이 와서 운영 노하우를 알려주었다고 한다. |
|
|
다시는 치킨을 무시하지 마라
치킨을 튀기는 게 전부인데 무슨 운영 노하우가 필요하냐고 생각할 수 있다. 치킨 튀기기는 직장을 그만두는 사무직들이 미래가 막막할 때 하는 “치킨 튀겨야지.”라는 말처럼 쉬운 일을 상징하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 그런 사람들은 치킨을 튀겨본 적이 없을 게 분명하고, 그렇게 대충 치킨 튀기는 자세로 살면 평생 제대로 하는 일이 하나도 없을 것이다. 윙스탑의 치킨 튀기기와 양념하기 매뉴얼만 봐도 치킨은 그냥 튀기고 마는 게 아니다. 윙스탑 치킨은 설비와 매뉴얼과 노동 숙련이 동시에 필요한 수준 높은 생산 라인이었다.
이런 식이다. 윙스탑은 윙과 텐더와 츄러스 등 디저트를 튀기는 튀김기가 다 따로 있다. 튀김 재료마다 품고 있는 밀가루의 양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윙스탑의 치킨 윙은 아무것도 묻히지 않은 생 닭 튀김이다. 다 튀겨진 치킨 조각은 별도의 양념 섹션으로 옮겨서 양념을 골고루 묻히는 절차를 거친다. 이것도 연습이 필요한 일이다. 군대를 갓 제대한 말 없는 매니저님이 리드미컬하게 팔을 흔들자 치킨 조각들이 파도처럼 굴곡을 일으키며 솟구쳐 올랐다. 이걸 잘하려면 전완근에 힘을 주고 팔만 앞뒤로 움직이는 별도의 훈련이 필요하다. 정말 별도의 훈련이 필요한가 싶어서 나도 해 봤다. 역시 잘되지 않았다. |
|
|
윙스탑에서 만드는 치킨은 9가지 양념 중 하나를 골라 즐길 수 있다. 그래서 각각의 양념을 섞는 양념 보울 섹션도 일일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모든 프랜차이즈는 매뉴얼이 있으나 윙스탑의 매뉴얼은 한층 정교했다. 흔히 하는 말처럼 미국은 매뉴얼의 나라다. 윙스탑은 매뉴얼의 나라에서 온 최신형 프랜차이즈였다.
주방을 나와 음식을 촬영하러 2층 식당으로 올라갔다. 개점시간 직후 있는데도 사람이 한 명 와서 주문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분을 피해 볕이 잘 드는 창가 자리에 치킨을 깔았다. 깔고 나니 윙스탑의 경쟁력이 한 눈에 들어왔다. 소스가 9개라는 건 고를 수 있는 맛이 9개라는 뜻이다. 그 압도적인 다양성이 윙스탑만의 매력이었다. |
|
|
다만 여기는 한국이다. 치킨 체인 하나가 9개의 소스를 갖고 있지는 않겠지만 배달을 받아서 먹어볼 수 있는 총 메뉴의 수는 9개가 훨씬 넘을 것이다. 여기서 윙스탑의 경쟁력은 내 생각엔 미국 맛이다. 한국의 모든 대중을 노려야 하는 대형 치킨 체인은 윙스탑이 선보이는 미국풍의 강렬한 맛을 따라갈 수 없다. 물론 윙스탑 역시 '이걸 돈 주고 먹으라는 건가' 싶을 만큼 매운 한국의 매운 치킨들을 따라갈 수 없다. 윙스탑에도 매운 치킨인 '어토믹'이 있지만 한국의 교촌 레드나 BHC 맵소킹을 따라갈 수는 없다. 모두가 모두를 똑같이 모방할 수는 없는 것이다. 윙스탑의 경쟁력도 여기서부터 시작될 거라 생각한다.
윙스탑을 테이블 가득 깔아두면 청소년 생일 파티 같은 느낌이 든다. 날씨가 좀 풀리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레몬 페퍼 치킨을 산더미처럼 주문하고 싶다. 친구들과 같이 너무 비싸지 않은 화이트 와인을 물처럼 마시면서 WBC 야구 같은 걸 본다면 상당히 즐거울 것 같다. 그 날이 올 때까지 윙스탑도 더 분발해서 더 많은 곳에 문을 열어주길 바란다. 내 활동 반경과 강남역은 살짝 멀다. |
|
|
잡지 에디터. 남성 잡지 아레나 옴므 플러스 피처 디렉터로 일하는 틈틈이 요기요 디스커버리를 만든다. 라이프스타일이라 부르는 일용품 생산과 소비 현장을 구경하며 정보를 편집한다. 가장 좋아하는 윙스탑 메뉴는 레몬 페퍼.
|
|
|
사진가. 맥락을 순간적으로 파악해서 다양한 환경에 적응하는 귀한 재능을 갖고 있다. 비싼 것의 그늘과 안 비싼 것의 아름다움을, 세련된 것의 얄팍함과 일상적인 것의 아름다움을 포착해 사진에 담는다. 곧 스튜디오를 옮길 예정이다.
|
|
|
이번 호에서는 오랜만에 키친 탐험을 다녀왔습니다👩🍳👨🍳
치킨의 나라 한국에 도전장을 내민 윙스탑 이야기, 재미있게 보셨나요? 좋았던 점, 아쉬웠던 점 모두 남겨주세요. |
|
|
윙스탑 강남점과 가까이 계시는 '윙스탑'세권 구독자 분들 계신가요?
이벤트 참여하기를 통해 응모해주시면 추첨을 통해 50분께 윙스탑 전용 5천원 쿠폰을 드립니다.
📍윙스탑 배달 주문 가능 지역
반포본동, 반포1동, 반포2동, 반포3동, 반포4동, 방배본동, 방배1동, 방배2동, 방배3동, 방배4동,서초1동, 서초2동, 서초3동, 서초4동, 신사동, 압구정동, 청담동, 논현2동, 삼성2동, 역삼1동, 역삼2동
📍포장 주문도 가능
※ 기간: 3월 3일 (금) ~ 3월 10일 (금)
※ 발표일: 3월 15일 (수) (당첨자 이메일을 통해 쿠폰 발송)
※ 경품: 요기요 5천원 쿠폰 (윙스탑 전용) |
|
|
🔍 다음 호에서는 인천으로 탐험을 떠납니다. 3월 15일에 만나요. |
|
|
요기요 I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대로 38길 12
YOGIYO Content Marketing Team I Project Director Joonseok Ko I Project Manager Sora Kim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