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울러 나라면 '내가 이렇게 두부를 열심히 만드는데 두부 본연의 맛을 즐겨 주었으면 좋겠다' 싶을 것 같기도 했다. 열심히 만든 두부가 새빨간 짬뽕 국물에 들어간다고 생각하면 나는 별로 내키지 않는다. 사장님은 역시 의연했다. 부드러운 순두부는 자극적인 국물과 함께 먹어야 잘 어울린다고. 짬뽕 순두부를 찾는 사람이 더 많다고. 초당 순두부와 짬뽕 순두부의 주문 차이는 약 2:8로 상당히 크다. 자신의 식당을 과신하지 않고, 차분하게 자기 할 일을 하는 사장님을 보니 이 가게는 잘 되는 게 당연하구나 싶었다.
잘 되는 곳의 기운은 홀에서 서빙을 하시는 여사장님을 뵈면서도 느꼈다. 취재 전 사전 답사 개념으로 순두부를 먹으러 갔을 때 여자 사장님은 한 발도 걷지 않았다.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 뛰어다니며 손님들의 이야기를 듣고 주문을 받았다. 홀을 보시는 여사장님의 친근한 태도가 생각나 한번 더 오고 싶을 정도였다. 요기요는 배달 플랫폼이지만 이런 분이 운영하는 곳이라면 배달로 순두부를 시켜도 분명 다른 곳과 다를 것이다.
세상에 그냥 되는 일은 없다. 과묵한 사장님은 하루에 10km씩 달리며 건강을 유지한다. 그가 자주 뛰는 조깅 코스는 소래포구 한 켠에 있는 근처의 낮은 산길이다. 그곳을 달리며 체력을 유지하고 맛있는 두부를 만드는 삶은 어떨까? 어떨지는 몰라도 윤성일 사장님께는 일이 삶의 중심에 있는 사람 특유의 차분한 자신감이 있었다. 어디서 왔나 봤더니 자기 수양을 통해 얻은 것 같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