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의 떡집으로 함께 떠나요. 세상의 모든 아침의 떡 석촌호수에서 길을 두 번 건너고 칼국숫집 골목길로 들어가면 잠실에 이런 데도 있나 싶은 골목길이 나온다. 서예 글씨를 간판으로 쓴 약국과
이제 점점 사라져가는 화장품 방문판매 대리점 같은 게 있다. 왠지 정겨워지는 동시에 언제까지 이런 모습일까 싶은 작은 상점가, 그 거리에서 가장 먼저 문이 열려
있는 가게에는 '생활의 달인 출연'이라는 팝업이 붙어 있다. 이북식 인절미를 전문으로 하는 대한명가다. 우리가 갔던 아침 7시의 대한명가는 한창 작업 중이었다. 작은 가게가 그렇듯 생산과 판매가
한 곳에서 이루어지는 구조다.
원룸 반쯤
되는 면적의 떡 매장 뒤로 길게 떡을 만드는 곳이 있었다. 음식을 만드는 건 기본적으로 타이밍에 맞추어 높은 온도를 다루는 일이기 때문에 늘 긴장된 기운이 있다. 대한명가도 그랬다. 우리는 촬영과 인터뷰를 하는 틈틈이 일하시는 분들과 열기를 피해 자리를
비켜 드려야 했다. 세상의 모든 아침의 떡 : 서울 떡집 탐험
➡ 이른 아침 만들어지는 떡. 탐험도 새벽같이 시작.
"우리는 쌀을 두 번 빻아요." 이북식 인절미를 만드는 서종열 대표님은
의외로 진한 경상도 사투리를 쓰며 이야기했다. "몇 번 빻느냐에 따라 부드러운 맛과 쫄깃한 맛이 달라져요." 사장님은 짧은 시간에도 대한명가 떡의 우수성에 대해 재빨리 자세하게 이야기해 주셨다. 어떤 재료를 얼마나 풍부하게 쓰는지, 어떻게 열심히 배웠는지. 떡에 대한 열정이 쌀도 녹일 듯하지만
사장님의 과거는 이북과 경상도만큼이나 멀다. 떡집을 운영하시기 전에는 유명 금융사의 지점장까지 하셨다고 한다. 경상남도 출신 전직 금융인이 이북식 인절미의 달인이 되었다니 정말
노력하면 뭐든 될 수 있는 것이다. 떡은 찌는 떡, 치는 떡, 빚는 떡, 지지는 떡으로 나뉘고 인절미는 치는
떡에 속한다. '이북식 인절미'라고 부르면 왠지 이국적으로 보이지만
인절미 자체가 이북의 떡이니 이북식 인절미라는 이름은 중국식 마라탕
같은 개념이다. 그러면 어때 맛있으면 되지. 떡 제조의 어떤 부분은 효율을 위해
발전됐다. 2000년 출판된 『처음 배우는 떡』에는 '찹쌀로 밥을 만들어서 치라'라고 쓰여 있으나 2021년의 떡집에서는 찹쌀을 빻아 가루를 만들고 나서 찐다. 다 찐 찹쌀을 치는 기계도 따로
있다. 떡 치는 기계에서 몇 분 우당탕탕
소리가 나면 쫀득쫀득한 반죽이 나온다. ![]() ![]() 대한명가의 이북식 인절미는 치는 떡과 빚는
떡의 혼합이다. 보통 인절미는 찧은 떡에 콩가루를
뿌리듯 묻히는 반면 이북식 인절미는 떡 본체 위로 점도가 있는 고물을 직접 손으로 빚듯 붙여준다. 그래서 이북식 인절미는 가격이 조금 더 나간다. 공정이 더 들어가는 걸 생각하면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고물에 점도가 있으니 맛도 더 풍부하다. 콩가루가 묻어 있는 보통 인절미보다는 확실히 단맛이 더 나고, 떡 특유의 쫄깃한 느낌 위로 팥고물 느낌이 드는 고물의 식감이 신선한 느낌을 준다. 콩가루 인절미를 먹다 보면 가루 때문에 기침이 날 때가 있는데, 습식
고물(?)이 묻은 이북식 인절미는 그럴 일이 없는 것도 장점이다. 대한명가에는 떡 만드는 3인조가 있고 모두 쉴 틈이 없다. 나와 인터뷰를 진행한 사장님이 메인 플레이어다. 이북 떡에 대해 10여 년 동안 공부한 노하우로 제작을 총괄한다. 옆에서 돕는 아저씨가 한 분 더 계신다. 여러 일을 하는 틈틈이 배달 콜이
들어오면 배달을 나간다. 다 쪄진 떡을 식히고 썰고 포장하시는
여성 부장님이 한 분 더 계신다.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 도시는 24시간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느낄
때가 있다. 대한명가를 취재할 때 그랬다. 평소답지 않게 다섯 시에 일어나
강을 건너 잠실까지 갔더니 이미 이곳은 떡 제조가 한창이었다. 떡을 만들던 분은 아침 8시에 차 시동을 걸었다. "강남에서 떡 콜이 와서요. 아침부터 떡 찾는 분들 많아요." 라는 말과 함께 자동차가 출발했다. 새로운 음식과 신상 카페의 시대에도 누군가는 떡을 시켜 먹는다. 도시는 잠들지 않고 떡의 시대도 끝나지 않는다. 문래동 떡집 모자는 말이 없다 떡의 시대가 끝나지는 않았지만 우리가 문래동 현대떡집에 도착했을 때 떡을 만드는 과정은 끝나 있었다. 여기서는 백설기의 21세기판 리믹스라 할 만한 '블루베리 설기'를 찍기로 했는데 막상 갔더니 인절미만
썰고 있었다. 한석봉과 어머니처럼 보이는 2인조 중 어머니께서는 실제로 떡을
썰고 아드님은 떡집 곳곳을 움직이며 이것저것 하고 계셨다. 둘은 모두 말이 없어서 나는 또 당황했다. 아침 정체에 몰려서 10분 늦었는데 그래서 기분이 상하셨을까. "늘 3시에 일어나요." 속사정을 듣고 이들의 침묵을 이해했다. 2인조의 침묵은 무뚝뚝함이 아니라
에너지 보존이었다. 떡집은 고된 일이다. 새벽부터 떡을 찌고 쇼케이스를 채우면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떡을 사서 나간다. 비는 시간에는 명절에 집중적으로
나가는 송편을 미리 빚어 둔다.
그렇게 시지프스의 바위 같은 떡집의 하루가
간다. 10시쯤 주무시고 3시쯤 일어나는 하루가 끝없이 반복된다. 너무 조금 주무시는 거 아니냐고
물었다. "그래서 우리는 늘 닭처럼 졸아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생각해 보면 떡은 도시 생활에도 잘 어울리는 식사 메뉴다. 부피도 작고 빵에 비해 속도 든든하다. 쌀 문화권의 사람들은 빵 먹었을 때의 포만감에서 왠지 모를 공허함을
느낀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나만이 아닌 모양이다. 직장인 출근 시간이 지나고 나면 유치원 가는 아이들, 학원 가는 학생들이 오는 시간이다. 도시의 어른들과 아이들이 모두 오며 가며 떡을 먹는다. ![]() ![]() 원래 해 주시려던 블루베리 설기도 우리를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블루베리 설기는 보통 백설기 재료에 블루베리 가루와 잼이 들어가고 초코 설기는 카카오 가루와
초콜릿이 들어간다. 윤규병 대표님은 피곤한 중에도 늘
시장에 나가서 어떤 떡이 새로 나오는지 시장조사를 한다고 했다. 반면 요즘 아이들은 시루떡이나 절편처럼 밍밍한 떡을 좋아한다고. "요즘 아이들은 어머니가 아니라 할머니와
커서 그런 걸까 싶어요."
윤규병 대표님의
어머님인 강정희 대표님이 살짝 웃으며 이야기했다. 말하는 동안 떡이 나왔다. 블루베리 떡이 나오는 순간은 스마트폰 카메라로만 찍어도 푸드 포르노가 될 수준이다. 블루베리빛 보라색 백설기는 잼과 빵가루의 색이 층층이 붙어 멋진 층을
완성한다. 수건만큼 큰 떡 한 판 전체에서
하얀 김이 아침 호숫가의 안개처럼 올라온다. 보기만 해도 침을 삼키게 되는 모습이지만 이 떡도 바로 먹을 수는 없다. "지금은 뜨거워서 못 썰어요. 조금 식혔다가 썰어야 해요." 푸드 포르노와 현실의 차이다. 그래도 강정희 대표님은 갓 한 떡이
가장 맛있다며 몇 조각 잘라 주셨다. 블루베리 특유의 향과 쌀의 묵직한 단맛이 향수의 톱 노트와 베이스 노트처럼 어울렸다. 고민과 실험이 쌓인 맛임을 실감했다. ![]() ![]() 세상엔 예측을 잘 하는 똑똑한
사람들이 있다. 먼 미래를 논하며 뭐가 사라지고 뭘로 바뀔 거라는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현실에는 가게 하나만 사라지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고 뭐가 됐든 한번 생기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떡집을 보면 그 사실을 알 수 있다. 하이테크 시대에도 우리는 전통의 산물인 떡을 먹는다. 전동 맷돌과
치대는 기계가 없으면 오늘날의 전통 떡도 없을 것이다. 새벽부터 만든 전통 떡을 배달하는 건 요기요의
첨단 라이더 매칭 시스템이다. 세상은 로우테크에서 하이테크로의 무조건적 진보가 아니라 로우테크와 하이테크의 무한 혼합이다. 메타버스 시대에도 누군가는 이번 추석에 송편을 찾는다. 그 송편은
현대떡집 같은 곳에서 명절이 되기 한참 전부터 하루하루 빚고 있다. 로우테크와 하이테크 사이에서 여전히
어머니와 아들이 떡을 만든다.
닿자마자
화상을 입는 130도의 열기를 피해 가면서, 닭처럼 졸아 가면서. 우아하게 사는 사람들이 핸드크림을 바르며 손 피부를 관리하는 동안 떡을 만드는 사람들은 뜨거운 떡을
써느라 지문이 없어진다. 현대떡집은 우리 본가 근처에 있다. 이번 추석엔 나도 떡을 좀 시켜
볼까 싶어졌다. ![]() ![]() 에디터 박찬용 @parcchanyong 분석적이면서도 읽는 맛이 살아있는 글을 쓰는 잡지 에디터. 《에스콰이어》 등에서 일하며 라이프스타일 업계를 취재하고 페이지 만드는 일을 해 왔다. 에디터 업무 내내 식당 취재가 업무의 일부였다. 《첫 집 연대기》 등 책을 4권 냈다. 지금은 각종 매체에 칼럼을 쓰며 《요즘 브랜드 2》를 준비하고 있다. 포토그래퍼
송시영 @siyong.song
지금 한국에서
가장 각광받는 젊은 사진가 중 하나. 레드벨벳, 트와이스, NCT 등 K-팝
아티스트의 앨범 커버나 화보 작업을 다수 진행했다. 《매거진 B》, 《신세계
빌리브》 등 에디토리얼 작업도 부지런히 병행한다. 💡오늘의 메뉴 퀴즈💡 블루베리 가루와 잼을 넣어 만든, 21세기판 백설기 리믹스라 할 만한 이 떡의 이름은? □ □ □ □ □ □ 빈칸의 정답은 무엇일까요? 정답을 답장으로 보내주세요 👉지금 답장 선착순 100분께 5천원 할인 쿠폰 코드를 보내드려요. *요기레터 구독자가 아닌 분들은 코드 발송에서 제외됩니다. *쿠폰 코드는 순차적으로 발송됩니다. 📍 서울 강동구 : 떡집옆카페 요즘엔 “밀가루와 고기
중 평생 하나만 먹을 수 있다면?” 같은 극악무도한
질문을 자주 받는다. 이런 질문엔 항상 진지해지지만 결국 망설임 없이 ‘고기!’를 외친다. 그런 나에게도 절대 포기할 수 없는 탄수화물이 있었으니… 바로 K-디저트 '떡'이다. 남들이 빵을 외칠 때 떡을 외치는 떡순이로서 가끔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떡이 먹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땐 요기요에서 ‘떡’을 검색한다. 오늘은 <떡집옆카페>에서 ‘추석 깨송편’과 ‘수제 식혜’를 주문했다. ‘추석 전날 줄 서서 사 가시던 그 깨송편!’ 이라는 문구와 40년 전통의 떡집이라는 설명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20분 만에 음식이 도착했다. 참기름으로 반짝이는 송편을 집어 한입에 넣었다. 깨의 고소함과 멥쌀의 담백함이 입 안에서 앙상블을 이뤘다. 같이 주문한 식혜를 한 모금 마시니 입안에 달콤함이 가득 찼다. 입에 모터라도 단
듯 송편을 씹다가 문득 정성이 담긴 떡을 편하게
먹고 있구나 싶어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니 내일도 주문해야지. 깨송편과 함께라면 9월 내내 추석이다. 🌝 이번 탐험 담당자 - 3layer🥓 요기요 콘텐츠 마케터. 혼자 식당 가서 고기를 구워 먹는 일이 별일 아닌 고기러버. 그중 최애는 삼겹살. 두께를 가리지 않으며 가장 좋아하는 조합은 초장,
쌈무를 곁들이는 것이다. 📄요기레터 소식📑 🌝10월 6일에 다시 만나요 추석 연휴를 맞이하여 9월 마지막주는 쉬어갑니다. 10월 첫 주 수요일 발행되는 7호에서 만나요. (다음 호는 공장탐험이랍니다. 기대해주세요💁) 📌 요기레터 인스타그램 요기로 구경하러 오세요! 📌 오늘 레터 어떠셨어요? 여러분의 소중한 피드백을 기다립니다. 피드백을 남겨주신 분들께 추첨을 통해 요기레터 x 소소문구 굿즈를 보내드려요. 요기요 I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대로 38길 12 마제스타시티 타워2, 9층 I 수신거부 Unsubscribe YOGIYO Content Marketing Team 크렘별일내⭐, 배고프지망고🥭, 3layer🥓, 붕어먹다붕어빵🐟, 아리아나 벤티☕ Project Director Yeunkyung Won I Project Manager Sora Ki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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