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험일지 #04🥟 만두의 탄생

2021. 8. 17.

탐험일지 #04🥟 만두의 탄생

"다 끝났는데요. 내일 오시면 안 돼요?" 텅 빈 공장 안에서 마스크를 쓴 남자가 말했다. 그럴 수는 없으니 나는 그저 어깨를 움츠렸다. 현장은 생물처럼 늘 예상 밖의 일이 생긴다. '매일 발주하는 시스템을 통하여 필요한 만큼만 재료를 배송 받기 때문에 대부분은 당일 재료소진이 가능합니다.' 사전 인터뷰 질문의 대답처럼, 약속된 오후에 갔더니 작업자분들이 하루의 작업을 다 해버린 것이었다. 사정을 잘 설명해 내일치 작업을 일부 진행하며 그 모습을 촬영하기로 했다. 작업이 준비되는 동안 디에스푸드시스템 회의실에서 이야기를 들었다.

디에스푸드시스템이 뭐냐면 창화당의 모회사다. 창화당은 디에스푸드시스템즈가 가지고 있는 수많은 브랜드 중 하나고, 자체 브랜드이며, 가장 성공했다. '디에스'는 뭐냐고? 딤섬. 디에스푸드시스템(이하 DS)의 기존 이름이 '딤섬코리아'였기 때문이다. 왜 딤섬이고, 왜 이름을 바꾸었냐고?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따라가다 보면 만두 생산과 지금의 창화당을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만두의 탄생 : 창화당 만두 생산라인

✅ 일시: 2021년 8월 여전히 무더웠던 수요일

✅ 장소: 디에스푸드시스템(창화당) 공장

✅ 탐험 난이도: 3.5/5.0

➡ 위생복과 헤어캡은 필수. 재료 준비실에서는 눈이 매워 조금 눈물을 흘렸다.

만두 고수로부터의 탄생 설화

"백화점 문 열기 시작할 때부터 줄을 서서 그 줄이 문 닫는 노래가 나오고도 끝나지 않았어요." 트레비를 옆에 놓고 DS 관리부 권희수 팀장이 말했다. 약 15년 전, 그때는 아직 창화당이 태어나지 않았다. "빵피를 써서 만든 왕만두가 인기였어요. 하나에 1500원이었는데 하루에 900만 원을 팔았으니까요." 그 말대로라면 하루에 6000개고, 백화점 영업시간이 보통 10시간쯤 되니 1분에 10개를 팔았다는 게 된다. 중국 무림 고수의 무용담처럼 대단한 듯 조금 아리송했다. "저는 그때 알바부터 시작했고요." 권희수 팀장만의 경험만은 확실했다. 그는 이어지는 사소한 기술적 질문에도 전혀 막히지 않았다.

이걸 산업 용어로 바꾸면 이렇다. DS는 딤섬 생산 라인과 노하우를 가진 전문 회사다. 딤섬만으로는 시장 진출 한계가 있으니 분야를 넓혀야 했다. ‘딤섬만 만드는 회사로 보일까 봐’ 이름도 바꿨다. 이들은 피를 발효해 만드는(=빵피) 중국식 왕만두로 대성공하고(=줄을 섰어요) 이후에도 생산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OEM 브랜드 만두를 납품했다. 원래 OEM은 마진율이 낮고 왠지 만드는 쪽의 만족도도 덜하다. 이들 역시 21세기에 맞춰 자체 브랜딩을 시작했다. 그게 창화당이다. 요즘은 생산기술 없이 그래픽이나 네이밍부터 시작하는 브랜드가 많다. 창화당은 반대다. 기술에서 시작해 그래픽으로 마무리됐다. 이야기를 듣는 동안 준비가 되어 공장으로 들어갔다.

명절이나 가족 행사 같은 곳에서 만두를 만들어 본 적이 있다면 만두 공장을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세상의 식품 공장은 보통 사람들이 음식 만드는 방법과 비슷하고 단위만 엄청나게 커진 게 있고, 방법부터 완전히 달라지는 게 있다. 창화당은 전자다. 재료를 준비하고, 피를 만들고, 속을 만들고, 모든 게 준비되면 만두를 빚는다. 우리는 재료 준비를 하는 곳부터 들어갔다.

재료 준비실에 들어가자 눈이 매워졌다. 우체국 택배 대형 상자 다섯 개 분량의 대파를 씻고 있었다. 이런 식이다. 실물세계에서의 대단위에는 그 자체로 대단한 박력이 있다. '대량 생산 뭐 별거라고'라고 생각해도 현장에선 그런 말이 안 나올걸. 소규모 생산, 중규모 생산, 대규모 생산 모두 각자의 다른 노하우가 필요한 예술의 경지다. 뒤이어 보게 된 피 만드는 생산 라인과 속 만드는 기계를 봤을 때도 비슷한 경외감이 들었다. 이 공장은 하루에 만두 7만 개를 만든다고 한다. 큰 규모를 콘트롤할 수 있는 노하우 자체가 실력이다.

피와 속 같은 재료는 대형 기계가 만들어도 기계가 전부는 아니다. 분명 어딘가에는 사람의 손이 들어간다. 창화당은 이를 '반 수제화'라 표현했고, 여기서 만두 맛이 달라진다고 했다 "기계로는 (불량을)잡는 데 한계가 있어요. 만두 속이 덜 들어갈 수도 있고, 현장에서 여러 가지 변수가 생기죠. 사람과 기계는 비교가 안 돼요.” 권 팀장의 말이었다. 정말 사람이 만드는 게 더 맛있을까? 정확히 말하기는 어렵다. 그럴 수도 있고, 기분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일 때문에 온갖 고가 브랜드를 구경하며 깨달은 게 하나 있다. 어떤 때는 기분이 전부다. 아니, 생각보다 꽤 많이 그렇다.

공장 현장에서도 다양한 방법으로 만두를 만들었다. 손으로 만드는 만두는 동그란 피를 한 번만 감아주면 완성이다. 우리가 아는 모양의 만두는 기계에서도 나온다. 밀가루 반죽과 소를 기계의 각 구멍에 넣으면 완성된 만두가 생산 레일로 떨어진다. 말 그대로 하늘에서 만두가 쏟아지는 느낌. 흰옷을 입은 공장 근로자들이 그 만두의 양 끝을 붙여서 모양을 다듬는다. 만두의 가운데를 접어 양끝을 붙이는 시간은 1초도 안 걸린다. 모양이 다듬어진 만두는 생산 라인 끝의 근로자 손을 거쳐 쟁반에 줄 맞춰 정리된다. 무질서에서 질서로, 재료에서 요리로 만들어지는 순간. 뭔가가 태어나는 과정을 본 듯한 기분이 든다.

얼음과 불의 만두

식당 중에는 속이 쉰다고 여름에 만두를 하지 않는 곳이 있다. 만두공장을 취재할 때 궁금한 부분도, 공장에서 적극적으로 보여준 부분도 그것이었다. 모든 피와 속은 당일 생산한다. 모든 기계는 하루치 생산이 끝나고 나면 깨끗이 씻어 관리한다. 초반의 의사소통 오류로 생산이 끝나 있던 덕에 오히려 현장 위생을 더 잘 볼 수 있었다. 생산이 끝난 공장 설비는 모두 흔적 하나 없이 깨끗이 닦여 있었다. 내가 본 게 창화당의 모든 리스크를 보장한다고 말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이들이 정해진 규칙을 준수하고 있는 건 확실해 보였다.

위생을 위한 또 하나의 절차가 있다. 증숙과 냉동이다. 조립이 완료된 만두는 증숙기라 부르는 찜기에 들어가 쪄진다. 찜기라 해도 공장 단위, 작은 작은 원룸 하나 정도의 방에 가깝다. 증숙기 안에 차곡차곡 쌓인 만두가 바퀴 달린 선반째로 들어가고, 몇 분 지나 만두가 나올 때쯤엔 어둠 속에서 등장한 터미네이터처럼 주변에 증기가 피어오른다. 증숙기 문이 열리면 윤기가 도는 쪄진 만두가 나타난다. 증숙된 만두들은 잠깐 식혔다가 역시 또 선반째 냉동실로 옮겨진다.

냉동실 규모도 압도적이다. 증숙기가 원룸이라면 냉동실은 대형 아파트다. 그날 만든 만두 7만 개가 냉동실 안에 전부 쌓여 있었다. 얼려진 만두는 포장 절차를 거쳐 전국에 출고된다.

증숙기에서 20칸쯤 쌓인 만두가 나오는 장면이야말로 대량 생산의 박력 그 자체다. 창화당의 기업 이미지에 쓰시라고 권유하고 싶을 정도로 장관이다. 실제로 굉장히 먹음직스러워 보이는데, 살균을 위한 증기 가열이라 먹을 수는 없다…고 들었지만 원고 검토 과정에서 보여드리니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증숙기에서 갓 나온 만두의 맛을 자세히 설명하고 싶지만 우리에게 주지 않아서 맛을 확인하지 못했다.

21세기의 만두

만두는 그 자체로 동아시아 3국 교류 역사의 증표다. 밀 재배와 가공의 역사를 거쳐 중국에서 만두가 태어났다. 피를 발효시키는 만두(饅頭)와 발효시키지 않는 교자(餃子)로 발전해 한국에서는 이 모두가 만두라는 이름으로 정착됐다. 중국과 일본도 각자의 방법론으로 각자의 만두를 발전시켰다. 디에스푸드시스템도 마찬가지다. 중국 딤섬의 생산 기술은 생각 이상으로 섬세하다. 이들은 일본의 만두 만드는 방법도 참고한다. 어느 나라를 좋아하고 말고가 아니라 좋은 맛 앞에서는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우리 일상의 여러 가지가 그럴 것이다. 아주 다양한 어딘가에서 각자의 이유로 발전한 것들이 모여서 우리 일상의 맛있는 일부를 이룬다. 그 결과 피가 적당히 질기고 김치나 숯불 맛이 조금 세다 싶으면서도 바로 그 강한 맛 때문에 쫄면에 곁들이기 좋은 창화당 만두가 완성된다. 그리 보면 새삼 만두가 달라 보인다. 또 다른 음식 뒤에는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있을지, 세상 모든 물건과 풍경 뒤에는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있을지.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배고파졌다. 며칠 후에 만두를 시켜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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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박찬용 @parcchanyong

분석적이면서도 읽는 맛이 살아있는 글을 쓰는 잡지 에디터. 《에스콰이어》 등에서 일하며 라이프스타일 업계를 취재하고 페이지 만드는 일을 해 왔다. 에디터 업무 내내 식당 취재가 업무의 일부였다. 《첫 집 연대기》 등 책을 4권 냈다. 지금은 각종 매체에 칼럼을 쓰며 《요즘 브랜드 2》를 준비하고 있다.

포토그래퍼 송시영 @siyong.song

지금 한국에서 가장 각광받는 젊은 사진가 중 하나. 레드벨벳, 트와이스, NCT 등 K-팝 아티스트의 앨범 커버나 화보 작업을 다수 진행했다. 《매거진 B》, 《신세계 빌리브》 등 에디토리얼 작업도 부지런히 병행한다.

📍 서울 관악구 : 보울(Bowl)

가끔 그런 날이 있다. 나에게 건강한 한 끼를 대접하고 싶은 날.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었다. 휴대폰을 뒤적거리다 며칠 전 길을 걷다 본 <보울(bowl)> 에서 손가락을 멈췄다. 노란 간판이 귀여웠던 이곳에서는 콩두부 보울, 연어 보울, 명란 아보 보울 등 이름만 들어도 건강함이 느껴지는 메뉴를 판매하고 있었다.

명란과 아보카도의 조합이 궁금해서 시켜 본 🥙명란 아보 보울

뚜껑을 열자마자 재료의 신선함이 느껴지는 색들이 보여 기분이 좋아졌다. 아보카도의 초록, 계란의 하양과 노랑, 명란의 분홍.

따뜻한 김 위에 재료들을 조금씩 올린 후 한 입에 쏙- 넣었다. "아. 너무 맛있잖아..." 감탄이 절로 나왔다. 베이스인 밥은 쌀밥이 아니라 현미, 보리 그리고 귀리가 섞여 있었는데 입 안에서 귀리 특유의 까슬함과 아보카도의 부드러움이 만났을 때의 느낌이 굉장히 새로웠다. 마지막으로 톡톡 터지는 명란까지. 다채로운 식감이 재미있었다.

이번 주가 끝나기 전에, 음식 재료의 맛이 그대로 살아있는 건강한 한 끼를 즐겨보자. 그 후엔 가벼운 하루가 기다리고 있을 테니.

이번 탐험 담당자 - 붕어먹다붕어빵 🐟

요기요 콘텐츠 마케팅팀 막내. 비 내리는 날엔 전과 막걸리를, 겨울에는 붕어빵을. 날씨와 계절에 맞춰 음식을 먹는 것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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