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시작되기 전에 시작되는 일🍞 금호동 새벽 6:30
새벽에 빵집 앞에 도착하니 앞치마를 입은 젊은 제빵사 두 명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 명은 180cm쯤 되어 보이는 호리호리한 체형, 한 명은 그보다 5cm쯤 작고 조금 통통한 체형이었다. 제빵사 듀오는 취재 올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조용히 인사를 하고 빵을 만들기 시작했다. 성동구 금호동 마을버스 정류장 바로 앞에 있는 도제식빵이었다. 여기서 빵을 만들고 빵집 문을 여는 과정을 지켜보기로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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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식빵, 오후의 식빵
일시 ㅣ 새벽 공기 쌀쌀했던 5월의 어느 날
장소 ㅣ 서울시 성동구, 은평구의 두 식빵 가게
탐험 난이도 ㅣ 3.5/5.0 ➡ 오랜만에 이른 새벽 촬영
획득 물품 ㅣ 식빵 4개와 샌드위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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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빵 만들기는 반죽으로 시작한다. 빵집 단위에서 판매하는 빵의 반죽은 사람이 하기엔 너무 고되다. 가정용 믹서를 크게 만든 듯한 반죽기에 버터, 밀가루, 흑설탕, 소금, 이스트를 넣고 탕종과 우유를 넣는다. 식빵은 생김새가 간결해서 들어가는 재료가 별로 없나 싶었는데 아니었다. 식빵의 새하얀 색깔과 풍부한 내음을 만들려면 생각보다 많은 재료와 노력이 필요했다. 그 노력의 증거가 탕종이다. 탕종빵은 탕종을 넣어 만든 식빵이라는 뜻으로, 보통 식빵보다 쫄깃한 식감이 특징이다. 탕종빵은 반죽에 탕종을 넣어 만든다. 탕종은 따뜻한 물로 만든 반죽이다. 식빵 반죽을 넣을 때 일부 추가해 반죽 스타터 역할을 한다. 탕종은 호화를 부른다. 호화는 녹말에 물을 넣어 가열할 때 부피가 늘고 점성이 생기는, 즉 끈적해지는 현상이다. 탕종이 호화를 야기하는 성분이 든 만큼 탕종빵은 더 쫀득하고 찢었을 때 부드럽다. 이 탕종은 미리 따로 만들어둬야 한다. 도제식빵에서는 그날치의 반죽을 만들고 잠깐 발효를 하는 시간 동안 탕종을 만든다. 빵을 만들려면 발효가 필요하다. 발효가 되는 동안 기다림도 필요하다. 사람은 그 시간 동안 멈춤 없이 일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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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아침까지 도제식빵의 제빵사들은 2인 1조다. 총 세 명인데 각자의 휴일을 짜고 두명씩 나온다고 했다. 오늘의 두 명은 말 한 마디 없이 호흡이 잘 맞았다. 한 명이 밀가루를 꺼내 오면 다른 사람은 버터를 넣고, 반죽이 다 되면 아무 말 없이 한 명은 반죽을 썰어 담고, 다른 한 명은 용기를 받치고 있는 식이었다. 두 사람이라기보다는 팔이 네 개인 한 사람이라 해도 큰 무리 없을 정도로 호흡이 잘 맞았다. 이들은 준비 과정 내내 "내가 이걸 할 테니 네가 이걸 해." 라는 말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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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빵을 만드는 동안 빵집 바깥 세상이 시작되고 있었다. 평소에는 본사로 출근한다는 매니저도 와서 우리의 촬영을 도와주었다. 텅 비었던 가게 앞 도로는 출근길 차들로 가득해졌다. 방금 머리를 말린 듯한 여성 손님이 문을 열기 전에 빵집으로 들어왔다가 빵이 아직 안 된 걸 보고 다시 나갔다. 그동안 반죽과 발효가 끝난 식빵도 오븐에서 구워진 후 차례로 나오기 시작했다. 도제식빵의 빈 선반은 매일의 식빵으로 채워진다. 식빵이 하나씩 채워지는 동안 도시도 깨어나 오늘의 할 일을 해 나가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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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제식빵이 문을 여는 시간은 아침 10시다. 문을 여는 시간과 비슷하게 첫 식빵이 나온다. 오븐에서 바로 나온 식빵은 자르기엔 너무 뜨겁고 무르다. 식고 굳을 때까지 조금 기다려야 한다. 빵이 식기를 기다리는 동안 2층 카페에서 판매하는 샌드위치를 찍었다. 식빵보다 세 배는 두꺼워 보이는 돈가스가 들어 있었다. 샌드위치를 찍고 내려와 오늘 만들어진 식빵을 먹어 보았다. 탕종빵에 대해 듣고 난 후 먹어서인지 한층 쫄깃했다. 모르던 걸 알게 되는 건 신기하고 즐거운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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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암동 오후 4:00 오후의 빵집은 곧 찾아올 저녁 손님들을 준비하고 있었다. 한나식빵은 은평구 응암동에서 식빵으로 시작해 전국 단위의 명성을 얻어 프랜차이즈까지 하게 된 회사다. 밀가루 봉투에 '한나 F&B'라고 적힌 걸 보면 자체 규모의 재료 소싱까지 할 만큼 규모가 커졌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 대단한 식빵을 만든 분은 경영의 세계로 넘어갔다. 이 빵집에서 오래 일하던 서정우 대표가 가게를 인수해 한나식빵의 레시피대로 식빵을 만든다. 그가 보여줄 식빵은 밤식빵. 그는 우리를 기다리다가 촬영이 시작된 후 물 흐르듯 제빵을 시작했다. 식빵의 맛을 결정짓는 요소는 생각보다 많다. 옆에서 지켜보니 세상에 똑같은 식빵이 없겠구나 싶을 정도였다. 식빵의 주 재료는 밀가루와 물과 이스트겠으나 식빵의 맛을 만드는 재료는 끝이 없을 것 같았다. 도제식빵은 탕종과 흑설탕을 썼고, 탕종에 쓰는 뜨거운 물에는 다시마를 우렸다. 한나식빵은 탕종을 하지 않는 대신 달걀을 많이 넣는다. 서정우 사장의 설명에 따르면 식빵 한 덩이에 달걀 한 개쯤이 들어가는 정도라고 한다. 달걀로 부드러운 맛을 내고 영양을 보충하기 위해서다. 서정우는 차분히 말하며 쉴 새 없이 달걀을 깨뜨려 볼에 집어넣었다. 그가 깨뜨린 달걀 껍질이 쌓이기 시작했다. 한두번 깬 게 아니었는지 어른 손으로 한 뼘 높이가 쌓이는데도 달걀 탑은 꼿꼿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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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식빵을 둘러싼 모든 게 변수다. 빵은 발효를 시키는 식품이기 때문이다. 발효는 식재료를 공기에 노출시켜 일어나는 일이니 필연적으로 온도와 습도 등 계절의 영향을 받게 된다. 우리 모두 알다시피 기후적으로 어제와 같은 날은 하나도 없으니까. 아무리 빵 만드는 시스템과 매뉴얼이 갖춰져도 손으로 빵 반죽을 만져보는 제빵사의 감각이 발휘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발효가 덜 되면 빵이 덜 부풀고 발효가 더 되면 빵이 틀을 빠져나올 만큼 커진다. 식빵 틀의 뚜껑을 덮으면 판판한 식빵이 되고 안 덮으면 낙타의 등처럼 볼록한 식빵이 된다. 어떤 변수를 어떤 이유로 취하느냐에 따라 식빵의 맛이 달라지고, 그 작은 선택들이 모여 다 비슷해 보이면서도 모두 다른 개개의 식빵들이 된다. 사람들의 삶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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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런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 한나식빵 밤식빵 특유의 맛도 한나식빵의 디테일에서 온다. 한나식빵 밤식빵은 달걀이 많이 들어가고 반죽을 두 번 한다. 1차 반죽을 마치고 한번 숙성을 시킨 후 2차로 반죽하며(밤도 이 때 넣는다), 그래서 빵이 더 부드러운 거라고 했다. 마침 오전에 구웠던 밤 식빵이 조금 남아 있어서 표면을 촬영할 겸 하나 열어 맛을 보았다. 달걀이 들어서인지 도제식당의 탕종식빵에 비해 한층 노란 기운이 있었다. 보통 밤식빵의 밤은 솥밥 속 밤처럼 색이 도드라지는데 한나식빵 밤식빵의 색은 노란 밤 색과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밤도 많았다. 어릴 때 밤 식빵을 먹으면 '이름만 밤 식빵인데 왜 이렇게 밤이 적지' 싶어 어른의 세계에 실망하곤 했다. 한나식빵 밤식빵은 정말 밤이 넉넉히 들어 있었다. 은평구 어린이들은 나처럼 실망하지 않아도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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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야기를 하는 동안 서정우는 군더더기 하나 없는 동작으로 일을 계속했다. 반죽기에서 반죽을 돌린다. 그러는 동안 한판 반 분량의 달걀을 깬다. 깨다 말고 오븐에서 빵이 다 됐음을 알리는 알람이 울린다. 알람을 따라 오븐으로 가 문을 열고 빵을 빼내어 식힌다. 식히는 동안 반죽기의 반죽이 끝난다. 반죽이 끝났으니 반죽에 달걀을 넣는다. 발효가 끝난 반죽을 냉장고에서 꺼내 빵 틀에 넣은 뒤 오븐에 굽는다. 저글링같은 빵 만들기를 계속하는 바람에 서정우는 전화벨 소리가 울려도 전화기 근처로 가지 못했다. 전화 화면에 떠오른 발신자 이름은 '달링'. 빵 굽느라 달링 전화도 못 받고 세상에 쉬운 인생 하나 없다. "부지런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에요." 새벽에 만난 도제식빵의 젊은 제빵사들은 빵을 구우며 말했다. 그 말대로였다. 서정우도 아침 6시에 일어나 빵을 굽고, 거의 새벽 2시까지 잠들지 못하고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벽의 청년 제빵사들도 오후의 중년 제빵사도 모두 각자의 매뉴얼에 따라 빵을 굽는다. 말 없이 멈추지 않고 하루하루 변함 없이. 우리가 살고 있는 정체 모를 거대한 세상도 들여다보면 이런 사람들이 쌓아 올린 걸까 생각했다. 아마 그럴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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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 에디터. 《에스콰이어》등에서 일하며 라이프스타일 업계를 취재해 페이지를 만들었다. 5번째 책 《요즘 브랜드 2》를 만드는 중이다. 매체 연재 틈틈이 ‘앤초비 북 클럽’ 뉴스레터를 보낸다. 부산에 갔다가 운동화 바닥에 껌이 붙어 약간 상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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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가장 이채로운 포트폴리오를 가진 사진가 중 하나. K-팝 아티스트, 배우, 《매거진 B》, 《에스콰이어》등과 에디토리얼 작업을 부지런히 해 왔다. 자연과 디지털 이미지의 에러를 아름답게 섞은 전시 ‘시간의 틈’을 열었다. 이날은 반죽과 식빵 표면의 무작위적 아름다움에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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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 이름부터 특이하고 재미있는 요소가 많잖아요.” 최종만이 ‘꽃덜미살’ 2인분, ‘천겹살’ 1인분을 시키며 말했다. 최종만은 ‘암피스트’를 9년째 운영한다. 기본적인 디자인과 독특한 소재로 적당한 느낌을 주는 남성복 브랜드다. 함께 밥을 먹을 때 “저기 갈까요?”라며 그가 고른 집이 매번 맛있었다. 그 레이더를 신뢰해서 맛집을 물었다. 가는 길을 검색하다 웃음이 터졌다. 식당 간판에 느낌표라니, 그것도 두 개나.
“사장님 일하는 걸 보세요. 저렇게 적당한 친절은 되게 어려워요. 신경 안 쓴 듯 신경 쓰는 게 보통 내공으로는 안 돼요.” 그러고 보니 사장님은 고기가 익는 시간에 맞춰 와서 고기를 잘라주고, 빈 반찬 그릇을 가져가 다시 채워주고, 마늘을 불판 위에 올려주고, 밥을 볶는 옆 테이블에 김 가루를 가져다 두었다. “여기는 고기랑 김치가 진짜 맛있어요. 워낙 신선해서 살코기의 식감도 비계처럼 쫀득해요. 기본에 충실한 맛이 있어요."
화로야화로야 생고깃집 가락본점 서울 송파구 오금로 36길 30
최종만 암피스트 디렉터 @manibom
글, 사진 ㅣ 에디터 조서형 @veenu.82
트렌디한 젊은이의 표본 같은 삶을 사는 에디터. 주중에는 브랜딩 에이전시에서 일하며 기후위기 관련 잡지를 만든다. 하루 일이 끝나면 스케줄 따라 태권도나 축구를 한다. 주말에는 자전거를 타고 캠핑을 떠난다. 잡지 <1.5°C>에디터고 <GQ>, <디에디트> 등에 원고를 기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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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요기레터에서는 식빵이 만들어지는 현장을 보고 왔습니다. 레터 편집을 하다보니 갓 구워진 식빵의 맛과 향이 생각나 침이 고이네요😊 구독자 분들은 어떠셨나요? 좋았던 점, 아쉬웠던 점 모두 남겨주세요.
또한 이번 호에서는 오랜만에 요기 한 줄 이벤트를 진행합니다.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이번 레터에서 마음에 드는 부분을 @yogiyo_letter 태그와 함께 캡쳐해서 올려주세요. 5분께 🎁요기요 2만원 쿠폰을 드려요🍞
※기간: 5/18(수)-5/25(수)
※발표: 5/26(목) *당첨자 인스타그램 DM을 통한 개별 발표 (전체 공개 계정만 이벤트 참여 확인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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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일에 다 담지 못한 사진들은 요기레터 인스타그램에서 공개하고 있습니다. 많이 보러와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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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의 첫 수요일이 휴일인 관계로, 요기레터 22호는 6월 8일 수요일에 발행됩니다. (다음 탐험장소 힌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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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기요 I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대로 38길 12
YOGIYO Content Marketing Team I Project Manager Sora Ki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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