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전자상가 지하 3층 주차장이랑 연결된다고 했는데…어느 통로에 있죠?" 인도어팜 전문기업 넥스트온이 운영하는 농장의 출입구를 우리는 찾지 못했다. 어디에도 농장이라고 쓰여 있지 않았고, 국제전자상가 지하 3층은 외부 시설과 연결되어 있지 않았다. 국제전자상가 1층으로 올라가서 남부터미널역으로 가는 연결통로를 찾았다. 연결통로 어딘가에 아무 표식도 없는 문이 하나 있었다. 공사 현장을 막아둔 듯한 간이 철문이었다. 문이 열리자 공사장 분위기와 영 다른 깨끗한 옷을 입은 사람이 나왔다. 스파이 영화라도 보는 기분이었다. 넥스트온 브랜드 매니저 심송이 팀장이었다.

고도로 발달한 농업은 멋과 차이가 없다
우리를 인솔해주는 브랜딩 팀장을 따라갔다. 한때 지하철 상가였다가 이제는 쓰이지 않는 공간이라고 했다. 곳곳에 '존취' 나 '출구' 등 당시의 쓰임새와 이곳의 역사를 알 수 있을 법한 문구가 스프레이로 쓰여 있었다. 낡은 건 지하상가의 하드웨어일 뿐 모든 리모델링 공사가 끝나 있었다. 전기 배선이나 사무실 인테리어 등은 완전히 새것이었다. SNS에 올릴 인더스트리얼 감성 카페라 해도 큰 무리가 없어 보였다. 고도로 발달한 농업 시설에는 그 자체로 상당한 멋이 있었다. 무엇보다 회의실에 앉아 설명을 다 들을 때까지도 식물 혹은 식물 재배의 흔적이 전혀 눈에 띄지 않았다. 바닥에는 흙은 커녕 먼지 한 톨 없었다. 이곳의 식물 재배 시설은 우리가 알던 농업 재배시설의 상식을 뒤흔들고도 남는 것이었다.

스마트 농산물의 맛
그래서 어떤 식물을 키우고 맛은 어떨까? 키우는 식물은 단가가 높은 프리미엄 채소류다. 지금은 바질 등의 허브와 크리스피아노, 카이피라 등 유럽 상추를 키운다. 바질은 우리가 알던 동전 크기만 한 바질이 아니라 웬만한 스마트폰만큼 크다. 보통 엽채나 과실류는 커질수록 싱거워지는데 넥스트온이 키운 바질은 어떻게 했는지 잎이 큰 만큼 향이 더 진하다. 이 큰 바질이 금돼지식당 바질쌈에 쓰이는 그 바질이다. 크리스피아노와 카이피라 등의 상추도 햄버거집이나 샐러드 가게 해당 식재료를 자주 쓰는 곳에 납품되고 있다. 상추의 맛도 놀라웠다. 원래 카이피라나 크리스피아노는 수분 함유량이 풍부한 상추다. 그런데 바로 따온 것이니 잎 끝까지 아삭한 맛이 살아 있었다. 그럴 만도 했다. 말 그대로 밭에서 바로 땄으니. 그 밭의 모습이 우리가 알던 것과 달랐을 뿐이다. 

러시안 케이크 서울 중구 퇴계로 204-1
포토그래퍼 주민후 @juphoto__

글ㅣ주현욱 @hyeonuk_joo 반전의 에디터. 강철 같은 근육을 단련하며 매주 환승연애 2를 챙겨봤다. 

글ㅣ조서형 @veenu.82 트렌드 그 자체 같은 에디터. 축구로 폐활량을 끌어올리고 자전거를 탄다.